매일신문

매일시론-대선후보와 교수

"정정길〈서울대 행정대학원교수〉"

대선후보자가 자기 진영에 교수들이 많이 있다고 선전하는 풍조가 불고 있다. 대학교수들이 지식집단의 대표적 존재이므로 지식층에서 자기를 지지해 준다는 점을 과시하기 위해서이다. 이것은얼론 보면 지식계층을 존중한다는 징표로서 환영할 만한 일인 것 같이도 보인다.그러나 몇가지 심각한 문제가 있다. 우선 신문이나 잡지에서 누구 진영에 어느 교수가 가담해 있다는 기사들은 크게 과장되어 있거나 사실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후보가 장관이나 고위관직을 역임한 경우에 그 기관의 자문교수들을 자기 진영 사람으로 소문을 내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우연한 기회에 식사 한두번 한 교수들을 거론하는 수도 있고, 평소에 친한 친구 교수들을 자기진영 사람으로 은근히 선전하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기자들이 스스로 판단하여 기사화하기도한다. 이렇게 해서 신문이나 잡지에 한번 어느 진영의 사람으로 발표가 되면 그것을 바로 잡기는거의 불가능하다. 기사를 쓴 기자에게 항의를 하고 편집자들에게 항의를 하는 교수들도 있지만아무런 소용이 없다. 다른 신문이나 잡지에서 그대로 인용하기 때문이다.

친한 것과 국가의 최고 지도자로서 바람직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전혀 별개 문제이다. 하물며 장관재직시에 자문을 했다고, 식사를 한두번 했다고 그 사람을 대선후보자로서 지지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물론 교수들 중에서 어느 후보와 특별한 관계때문에, 또는 정말 이런 사람이 국정을 맡아야 한다고 믿기 때문에, 여기에 더하여 한 자리 얻어 보려는 욕심 등등이 결합되어 열심히 움직이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필자가 본 신문이나 잡지에서 거론된 1백여명의 교수들중에서 이런 사람은극히 소수이다. 그나마도 후보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은 극히 한정되어 있다. 기껏해야 정책공약내용에 의견을 제공하는 것이고, 이것 또한 이념의 차이가 극히 적은 후보들간에 차이가 있을 수없으니 후보들은 신물나게 듣는 내용에 불과하다. 결국 후보들이 원하는 것은 교수들의 이름이지아이디어가 아니다. 물론 교수들중에는 이 점을 착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얼마 안가서 환상에서깨어나기 마련이다. 결국 후보들의 진영에 참여했다고 알려진 교수들의 대부분이 이름만 얹혀 있는 셈이다.

그런데 바깥에서는 후보자가 정권을 잡을 때 한자리 얻으려고 교수들이 열심히 후보를 위해서 일하고 있는 듯이 착각을 한다. 이것이 교수들을 곤혹스럽게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학생들의 존경과 신뢰를 동시에 상실하게 된다. 비록 본인이 원한다고 하더라도 선거과정에서 특별난 일도하지 않았고 또 학생들의 존경과 신뢰마저 상실한 교수를 채용할 정권은 없다. 교수들이 학생들의 신뢰를 상실하면 대학교육은 위기에 봉착한다. 후보들이 거론하는 교수들의 상당수가 그 분야의 중진들이므로, 학계에 미치는 피해는 더욱 심각하다. 그렇다고해서 거론된 교수가 누구 진영에속하지 않는다고 변명하기도 어렵고 또 변명을 해도 앞에서 보았듯이 소용이 없다.후보들이 이러한 사정을 분명하게 이해하고 교수들의 이름을 팔지않도록 조심해주기를 부탁드린다. 동시에 기자들도 함부로 이름을 쓸 것이 아니라, 본인에게 한번쯤 확인을 하는 것이 좋다. 교수들중에는 실제로 특정후보를 강력하게 지지하는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 경우이든 교수들이 특정후보진영에 있다는 이야기는 그 후보를 위해서 크게 도움을 주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그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는 의미뿐이라는 사실을 일반 국민들이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래야만 교수들의 이름을 파는 습관이 줄어 들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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