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한국당 합종연횡

합종 연횡. 거대 세력의 등장을 막기 위해 중소세력들이 뭉쳐야 한다는 움직임(합종)과 이들의 연대를 부수고 세력을 확대시켜야 한다(연횡)는 상반되는 전략을 함께 이르는 말이다. 배경은 중국전국(戰國)시대다. 후에 천하를 통일하는 진(秦)나라와 나머지 여섯나라 사이의 치열한 싸움에서나오는 고사다.

2천년을 흘러 지금 우리 정치판, 특히 대선후보를 뽑기위한 경선을 눈앞에 둔 여권에서도 이와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처럼 전에 없이 대선후보 선출을 앞둔 여당내에서 합종연횡이 가능하게 한 요인은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김심=무심'선언이다. 김대통령은 당원으로서 또 당총재로서 자신의 뜻을 밝히겠다던의지를 한보사태와 김현철씨 사건의 와중에 접어들였다. 그리고 "김심은 없다"고 공언해 버렸다.김대통령의 이 선언은 복잡한 세력연대 움직임으로 하여금 더욱 노골화될 수 있는 계기와 장을마련해 주었다. 현재까지의 정황은 당대표를 맡고 경선전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이회창(李會昌)대표와 여기에 대항하는 박찬종(朴燦鍾), 이수성(李壽成), 이홍구(李洪九),이한동(李漢東)고문과 김덕룡(金德龍)의원 등 나머지 세력들 사이에서도 치열한 합종과 연횡이 벌어지고 있다.

이회창 대 반이회창으로 구분되는 지금까지의 상황으로 보자면 큰 변화가 없는 한 이대표의 승리가능성이 제일 높다. 여론의 인기도와 함께 당대표라는 프리미엄까지 업고 당내세력을 확대하고있는 이대표에 필적할 만한 주자를 찾기 어렵다. 이대표와 김윤환고문의 연대가 중심이다. 여기에마음을 못 정한 당내세력에 대한 각개격파가 더해진다.

이 반대편의 선두에는 박찬종고문이 서 있다. 여론상 줄곧 선두를 지켜온 그는 당내세력 확대작업을 진행중에 있고 부산 경남을 중심으로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이대표에필적할 만한 정도는 아니다.

때문에 박고문은 민주계와의 연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병상에 있는 최형우(崔炯佑)고문측은 물론민주계 상당수로부터 "옛날의 박찬종이 아니다"는 긍정적인 답을 얻고 있다. 집단화된 민주계를업을 수 있다면 결코 이대표측에 뒤지지 않고 오히려 능가할 수도 있다는 것이 박고문측 주장이다.

또 얼마전까지 강력하게 부상했던 민주계 제3후보론의 주인공 이수성고문이 있다. 이고문도 민주계의 지원을 업지 않고는 목표달성이 무망하다는 판단이다. 그리고 이고문은 호형호제하는 이홍구고문의 지원을 생각하고 있다. 민주계 다수에다 이홍구고문까지 업는다면 해 볼 만한 싸움이라는 것이다.

김덕룡의원도 주목의 대상이다. 민주계 중진모임의 멤버이기도 한 그는 대선주자가 될 가능성은낮아 보인다. 하지만 그는 상당수 현역의원과 지구당위원장을 거느리고 있어 무시할 수 없는 세력이다. 최근 김의원의 이대표와의 연대가능성을 점치는 분석이 쏟아져 나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이 카드가 성사될 경우, 승부는 결정이 날 공산이 크다. 그러나 이 카드는 등장하더라도 경선 막판에서야 나올 것이다.

한편 신한국당의 경선판도를 좌우할 가장 큰 변수로는 7일 '정발협'으로 출범한 범민주계의 세력규합이 거론된다. 현재까지 이들은 반이회창 세력의 연대움직임의 중심에 있다. 이들이 끝까지 반이노선을 견지할 경우 이대표는 후보획득에 실패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반면 가능성이 매우 낮지만 이들이 막판에 이대표를 지원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어차피 킹메이커를 노린다면되는 쪽에 힘을 실어주고 지분을 확보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가정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몇몇 중심인사를 제외하고는 결속력도 강하지 않아 범민주계라는 울타리는 아직 약해 보인다. 여기에 청와대가 이들의 집단행동에 제동을 걸고 있어 킹메이커가 되겠다는 이들의 노림수가 성사될지는 더 두고봐야 할 것 같다.〈李東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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