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장 안선국씨(49)가 모친 등 일가족 6명을 32t짜리 목조어선에 태우고 평안북도 신의주항을 출발한 것은 지난 10일 새벽.
이미 기관장 김원형씨(57) 일가족 8명과 함께 북한을 탈출하기로 하고 합류장소까지 마련해놓았다.
안씨는 북한당국의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신의주항에 들어와 있던 중국 어선단에 섞여 중국 배로위장해 공해로 빠져나갔다.
손에 땀을 쥐는 항해를 시작한 지 하루만에 배는 하늘이 도왔는지 예정대로 기관장 김씨 가족이기다리고 있는 평북 철산군 통천리 해안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해안경비병들의 눈을 피해 해안바위 틈에 숨어있던 김씨 가족들이 차례로 배에 올랐다.이때부터 14명을 태운 배는 본격적인 탈출에 나섰다.
북한해군이 눈치챌세라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전속력으로 공해상으로 빠져 나갔다.이윽고 12일 아침 공해상에서 흩어져 조업중인 중국 선박과 북한 선박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안심하기는 아직 이르다. 이 고비만 넘기면 되지만 침착해야 한다"
이때 별일없이 잘 항해하던 어선에 물이 차들어오기 시작했다.
안씨는 한편으로는 물을 퍼내면서 의심을 사지 않기위해 여자와 어린이들을 선상의 시설물에 숨긴 뒤 어렵게 구한 나침반을 보며 남쪽으로 계속 내려왔다.
북한 해군이 넘을 수 없는 북방한계선(NLL)을 배가 넘었다고 판단되는 순간 선장 안씨와 기관장김씨는 앞뒤 가릴 것 없이 선수를 남한 영해쪽으로 돌려 내빼듯 달렸다.
파도가 치고 비가 흩뿌리는 날씨속에서 얼마나 달렸을까.
이들이 탄 선박의 앞쪽에 낯선 군함이 나타났다.
배위에 태극기가 걸려있었고, '부천함'이라는 글자가 눈에 확 들어왔다.
북한 함정이 아닌 대한민국 해군 호위함이었다.
이들은 일제히 '만세' 소리와 함께 귀순의사를 표시했다.
이 때가 12일 오후 4시 28분, 백령도 남서쪽 5.7마일 해상이었다.
"북한을 탈출한 가족들입니다. 남한에서 살고싶어 탈출했습니다"
선미가 반쯤 물에 잠겨 몸을 감싸고 있던 옷이 모두 물에 젖어 떨고있던 이들은 부천함에 탄 우리 해군병사들의 모습이 보이자 일제히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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