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뒤로가는 세상

재미 누드모델 이승희씨(28)는 '아메리칸 드림 을 이룬 한국 영웅인가. 아니면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이승희라는 '허구 를 맹목적으로 숭배하고 있는가.

그녀는 9일 김포공항에 도착하면서부터 매스컴의 주목을 받고 '메이드 인 코리아 를 빛낸 재미교포로서 수억원의 광고료, 영화출연료까지 챙기게 됐다. 20.30대 젊은이 수백명이 이승희씨의 누드집 사인회에서 장사진을 이뤘다는 소식이 들린다.

인터넷 이승희 사이트는 접속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붐빈다. 컴퓨터 통신게시판에선 그녀에 대한찬반양론이 무성하지만 '포르노배우 로 폄하하는 반대론이 '한국 여성의 세계화 라는 찬성론을넘어서지는 못한다. 자서전까지 나왔다. 급기야 '이승희를 대통령으로 박찬호를 국무총리로… 라는 글까지 통신에 오른다.

이 무슨 기막힌 '카타르시스 인가. 13일 대구시내 한 극장. 예년 같으면 1백~2백명이면 족했을관객이 8백명을 쉽게 넘어섰다. 주말과 휴일에는 1천5백명까지 들어왔다는 설명이다.홍콩과 독일 회사가 공동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 '쇼킹 아시아 . 사람을 산 채로 잡아먹는다.온 얼굴에 쇠꼬챙이를 넣고 멋을 낸다. 남녀 성기를 드러내놓고 성전환수술 장면을 적나라하게보여준다. 일본의 성풍속도 역시 도를 넘었다는 평가다.

그러나 흥행에 성공할 수 없다는 영화평론가들의 평가를 비웃기라도 하듯 연일 만원사례를 이룬다. 관객들도 "스트레스를 풀기엔 그만이다"며 좋아한다.

대구 동성로와 서울명동엔 때아닌 복고풍 물결이 인다. 정장 재킷에 끝이 뾰족한 셔츠 깃을 밖으로 내 입는 작업복 같은 옷. 70년대 동네 아저씨들이 입고 다녔던 '새마을 패션 이다. 여기에다새마을 모자만 쓰면 시계바늘을 30년 전으로 되돌린 듯한 기분.

최근 불황의 장기화로 '가난과 절망에 빠진 한민족을 번영으로 이끌었다 는 박정희신드롬이 사회저변에 깔렸고, 이 분위기를 패션계의 상술이 재빨리 낚아챈 것이다.

문화평론가 박승희씨(32..영남대강사)는 "정국혼란, 불황장기화에 따른 패배감이 영웅숭배주의로나타나고 일부는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장면에서 스트레스를 푼다"며 "가치혼란 상태를 극복할대안이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진단했다. 〈全桂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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