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 붐'(55~63년) 막바지에 태어난 30대 여성들이 전통과 혁신의 양면성을 지니고, 신가족주의(뉴패밀리즘)와 새로운 사회(뉴소사이어티)를 이루려는 변화세력으로 부각되고 있다.비교적 기성세대인 40~50대 연령층과 보는대로 흡수하는 10~20대 감각세대들의 중간에 낀 30대샌드위치 세대의 여성들은, 내아이 못지않게 남의 아이도 잘 커야한다는 '열린 마음'과 내 가족뿐아니라 우리 사회도 잘 살아야한다는 '공동체 정신'을 바탕으로 집안팎에서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어머니 세대들처럼 무조건적 내조형도 아니며, 이제 막 사회에 배출되는 20대들처럼 '직장은 필수, 결혼은 선택'을 외치는 직업 맹종형(?)도 아니지만 확실히 이전 여성들의 인생행로와는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많은 교육을 받고 비교적 경제적 여유를 누리며 사는 30대 엄마들은 우리 사회의 병폐인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기위해 각종 예능과 학습을 지도하는 주말학교를 꾸려가는가 하면, 남편 그늘에안주하지 않고 열심히 자기개발과 사회봉사를 실천한다.
이들을 차세대 지도자로 키우기위해 정치권에서 조직정비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논외로 치더라도한창 아이키우기에 몸이 둘이라도 모자랄 30대 엄마들이 유익한 강연회라면 백일도 안된 갓난아기를 업고 어디든 달려가며 아무리 가사와 직장일에 바쁘더라도 또다른 봉사의 길을 모색하는 사례도 없지 않다.
30대로 짜여진 경산 동화읽는 어른들의 모임(대표 이경희)은 토요일 오후에 엄마들이 미술·구연동화·종이접기·글짓기 등을 가르치는 주말학교를 여는가하면 우리 전통문화를 이어가기위한 우리놀이에도 관심을 보인다. 이들은 지난달 19일 우리꽃 찾아보기 성암산 산행을 통해 개별꽃·솜양지꽃·뫼제비꽃·현호색·조팝꽃의 고운 자태에 탄성을 질렀으며 어린이날에는 1백16명의 대식구들이 한자리에 모여 영남대에서 닭싸움·비석치기·투호놀이·강강술래를 즐겼고 북녘동포를돕기위한 모금운동도 펼치고 있다.
선배 여성들이 마음은 있어도 남편과 자녀, 혹은 가정과 직장이라는 이분법적 구도 아래 다소 이기적인 인생 스케치를 그려나간데 반해 이들은 다소 힘들더라도 '하나 더하기 하나'라는 지혜로운 작업을 통해 무에서 유, 폐쇄에서 개방으로 향하는 뉴패밀리즘, 뉴소사이어티를 그려가고 있는것이다.
최근 같은 아파트에 사는 30대 주부들도 삼삼오오 모이면 꽤 '삼빡'한 일을 저지른다. 국문학을전공한 엄마는 글짓기를 가르치고, 서양화를 전공한 엄마는 미술을 가르치고, 피아노를 전공한 엄마는 콩나물을 가르친다. 각기 자기 아이들을 가르치니 완전 무료봉사이며, 세 가족이 어울림으로써 핵가족의 쓸쓸함도 쓸어낸다. 남편들도 "너무 근사하다"며 쌍수를 들어 후원해준다. 하루해가짧다는 이들은 과소비 대열에 낄 시간이 없으며 이들이 부러워서 '3~4인조 유사품'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던 옛말과는 달리 요즘 30대 여성들은 작은 지혜를 모아 새로운 삶의 전형을 창출해내는 셈이다. 대덕연구단지내 대덕초등학교의 '청바지 어머니'들은 집단으로 학교에 찾아와 학교 청소를 해주거나 전공을 살려 바이올린·외국어·컴퓨터 등을 스스로 가르친다.
대구여성회내 건강한 방송을 위한 시민모임도 30대 엄마들의 소그룹이다. 이들은 대중매체인 방송의 폐해를 막고 시청자 주권을 누리기 위해 프로그램별 감시작업을 게을리하지않고 있다.영남대 의류학 강사인 이순덕씨(33)는 남편 황보호준씨(효성산부인과원장)의 외조로 대구·경북·경남권 3개 대학의 시간강사 활동을 무난히 해낸다. 이씨가 강의를 해야하는 매주 화·금요일이면 남편 황보씨가 점심시간을 이용, 삼덕유치원으로 아이를 데리러가는 뉴패밀리즘을 연출하고있다. 황보씨는 자녀교육을 아내의 몫으로만 돌리지않고 수시로 공작놀이도 즐기고 마당의 풀을뽑는 대청소(매주 목요일)에도 동참하는 등 아내의 일을 적극 돕는다. 적십자병원에 근무하던 지난 한해동안 미혼모 진료를 맡으면서 그늘진 삶과도 많이 접촉하게 된 황보씨는 아직 구체적으로사회봉사를 염두에 두지는 않았지만 최근 음악치료학회에 가입하는 등 서서히 사회로 향한 마음을 열고 있다.
수성구 황금동 우방타운에 사는 주부 박순름씨(35)는 자녀가 다니는 경동초등학교 부설 유아방에일주일에 한두번씩 나가서 동화를 들려주며, 대구시여성회관에 근무하는 탁아교사 박정순씨(36)는자신도 맞벌이 공무원(남편 수성구청 근무)이지만 봉사활동을 위해 미용기술을 배웠다."마음만 있다면 엄마들이 새로운 사회를 만들기는 어렵지않다"는 박순름씨는 30대 여성들의 뉴패밀리즘이 우리 사회를 새롭게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자신한다.〈崔美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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