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선자금 공개 거부 이대표의 해법

대선자금 문제로 신한국당 이회창(李會昌)대표가 대표 취임이후 가장 난처한 입장에 빠졌다. 김영삼대통령의 대선자금 공개불가방침의 총대를 메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대표측은 야당의 공세와민심의 악화가 어느 정도까지 나아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야당은 이대표를 결사적으로 흠집내려할 것이 뻔하다. 현재 중국을 방문중인 이대표는 귀국후에도 돌부처처럼 무반응으로 일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대표측은 야당과의 정치제도개혁 협상과정에서 야당에게 대선공정성을 확보하는 차원의 큰 선물을 안겨주면서 야당의 공세를 진정시켜 나간다는 복안이다. 정가에서는 야당의 줄기찬 요구였던 지정기탁금제 폐지와 선거법 등 정치관계법 개선을 위한 특위구성도 양보할 가능성이 있다는얘기마저 흘러나오고 있다.

당의 한 고위인사는 "야권도 어차피 판이 깨지지 않은 상태에서 여권 프리미엄이 배제된 채 대선이 진행되기를 원하는 게 아니냐"며 야당이 무작정 하야주장만을 되풀이 하지는 않을 것으로 진단했다.

이대표측은 또 29일 전국위원회 개최를 통해 자연스럽게 경선국면으로 나아갈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대표의 최대 성과는 역시 민주계내 반이회창 기류가 다소 숙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치발전협의회(정발협)의 핵심인사인 모 민주계중진의원도 "이대표의 정치력이 높게 평가된다"고 후한 점수를 주었다. 이대표는 24일저녁 김수한(金守漢) 국회의장과 김명윤(金命潤)의원, 황낙주(黃珞周)전의장 등 민주계 원로들과 만났다.

그러나 정가 일각에서는 이홍구(李洪九) 전 대표의 노동법정국 실패를 상기하면서 민심이 의외로나빠질 경우 이대표도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것이란 추측이 나오고있다. 이대표측도 이를 우려하고 있다. 한 측근도 "상황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면서도 "혼란을 바라지 않는 여론이 적지 않다"며 자위하는 모습이다.

그래서 이대표의 승부수가 성공을 거둘지 주목된다. 정가는 이대표가 대선후보로만 결정되면 대선의 지역대결성향으로 봐서 득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정가에서는 김대통령과 이대표간의 밀약 여부를 놓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물론 양측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양측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김대통령의공개불가 입장을 정한데 대해 이대표의참모들이 토론끝에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했을 것이란 관측을 낳고 있다. 다시 말해 이대표가 주례보고때 발표문안을 만들어 왔고 김대통령도 동감을 표해 이대표가 공개했다는 것. 이는 김대통령의 불가 입장과 이대표의 김심과 민주계 껴안기작업의 합작품일 수 있다.〈李憲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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