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종군위안부로 캄보디아에 끌려갔던 한국인 '훈'할머니의 망향의지는 우리에게 자괴감을앞세우게 한다. 열일곱살이란 꽃같은 나이에 고향인 경남 마산 진동을 떠나 낯선 이국에서 종군위안부 노릇을 하다 영영 귀국하지 못하고 주저앉아버린 '훈'할머니의 생애는 생살을 도려내는듯한 아픔을 느끼게 한다.
위안부로 징발되어 고향마을을 떠날때 혼절하여 쓰러진 키작은 어머니를 한시도 잊어 본적이 없다는 '훈'할머니는 망망대해같은 이국에서 53년만에 한국인 무역중개상 황기연씨를 만난 것은 수구초심(首丘初心)의 기적을 이룬 마지막 축복인지도 모른다.
잃어버린 모국어 대신 캄보디아말로 전하는 한많은 한 여인의 피흘리며 살아온 내력은 슬픔을 넘어 차라리 통곡이었다. 종군위안부·일본군장교의 현지처·캄보디아 내전중의 학살모면·남편의배신·자녀들의 죽음·헤어날수 없는 가난이 그녀가 헤쳐온 가시밭길 같은 수난의 드라마였다.그러나 '훈'할머니에겐 꿈에도 잊지 못하는 고향과 조국 그리고 그녀를 무엇인가 저리도록 그립게 하는 동족이란 핏줄의 부름이 있었기 때문에 자칫했으면 버릴뻔한 목숨을 오늘까지 지탱하는원동력이 되지 않았을까.
'훈'할머니는 최근 주(駐)캄보디아 한국대표부가 마련한 식사자리에서 김치를 보고 반세기 넘어망각의 긴 강을 건너온 사람이 옛날을 전혀 잊은적 없다는 듯이 죽 죽 찢어 밥을 두공기나 비웠다고 한다.
그리고 그녀는 '아버지''어머니'등의 기초적인 단어들과 기억의 저편에서 어렴풋이 존재하고 있는의식의 편린을 찾아 냈으며 "고향땅을 밟고 싶다"고 호소했다고 한다. 우리는 '훈'할머니의 망향반세기를 보도로 통해 전해 들으면서 두가지에 대한 의아심을 지울 수 없다.
하나는 '오니'란 이름의 한국인 처녀를 '훈'할머니로 전락케 한 일본이 아직도 종군위안부문제에대해 망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독일의 경우 나치학살극을 대학생들이 재현하면서 다시는 이런 비극이 재발되어선 안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둘째는 우리 정부의 무소신 무관심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 독립이 '훈'할머니의 떠돌이세월과 맞먹는 연치에 이르렀는데도 징용 또는 종군위안부로 끌려간 동포들 문제는 외면해 왔음을 부인할 수가 없다. 한가지 첨언하자면 한국전쟁후의 납북 포로문제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미국같은 강대국들이 자국민의 피해에 기울이는 애정을 본받을 필요가 있다. '훈'할머니의 따뜻한귀국이 조속히 이뤄지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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