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있는 생태계-먹이사슬

영국이 한때 막강한 해군력을 지탱할수 있었던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시골 처녀들이 고양이를 사랑하며 잘 키웠기 때문이라고 한다. 찰스 다윈의 저서 '종의 기원'의 한 구절을 읽어보면 이 말이이해가 된다.

그에 의하면 붉은 토끼풀은 주로 띠호박벌에 의해 가루받이가 되고 씨가 맺어진다. 붉은 토끼풀은 꽃이 커서 주둥이가 긴 띠호박벌 외에는 접근할 수가 없다. 그런데 이 벌은 땅에다 집을 만들기 때문에 들쥐들에 의해 피해를 많이 입게 되나 시골마을 주변에서는 고양이들이 들쥐를 없애기때문에 벌집이 별로 피해를 입지 않았다.

이를 달리 표현한다면 띠호박벌이 붉은 토끼풀의 번성 여부를 정하고 띠호박벌의 운명은 들쥐들이, 들쥐들의 운명은 고양이가 좌우한다는 것이다. 즉, 막강한 해군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해군들이 쇠고기를 많이 먹어 체력이 좋아야 하며 그러려면 토끼풀이 잘 자라야 되는데 결국 그 열쇠는시골처녀들의 손에 있더라는 것이다.

자연의 세계는 다윈의 말처럼 그 구성원간에 복잡하게 서로 연결되어 있다. 대구시 동구 금강동금호강변은 그러한 자연 관계를 분명히 나타내고 있다.

지금 그곳에는 물가에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버드나무 아래 갈대, 갈풀, 고랭이, 애기부들, 꽃창포등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나지막한 물막이를 넘지 못해 호수가 된 물위에는 노랑어리연꽃이 온수면을 노란색으로 물들여놓고 있다. 물속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날도래류, 하루살이류, 잠자리류등의 유층들이 바닥을 서식처로 삼고 물 속에 유입된 온갖 먹이들을 수집하고 갉아먹고 뜯어먹을것이다. 피라미, 붕어, 긴몰개, 큰납지리가 이들을 먹이삼아 분주히 돌아다니면서도 자기들을 노리는 동사리나 가물치를 피해 붕어마름이나 말즘 틈사이로 들어가버리기도 할 것이다.중대백로가 순백색의 우아한 자태를 한껏 뽐내다가 가끔 생각난듯 물고기로 배를 채우는 가운데어디선가 갈풀 덤불속에서 개개비의 한 지저김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물막이 아래서 동네 개구쟁이들이 반두를 휘저으며 피라미나 긴몰개를 쫓아다니는 모습도 빼놓을 수 없다. 이러한 모습들이야말로 온갖 생명이 약동하는 진정한 아름다움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유승원〈영남자연생태보존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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