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비디오 여름나기(2)-냉전 스릴러

음모와 살인, 냉혹함,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추격의 스릴을 맛볼수 있는 것이 냉전스릴러다.그러나 지금은 누릴수 없는 영화의 한 장르. 냉전 종식은 많은 냉전스릴러 작가와 감독들을 '실의'에 빠지게 했다. 프리데릭 포사이스, 켄 플렛같은 스파이물 작가들은 제3세계 분쟁으로 눈을돌리면서 펜끝이 무뎌졌고 많은 냉전스릴러 감독들도 이후 갈팡질팡했다. 존 프랑켄하이머는 지난해 '모로박사의 D.N.A'라는 호러SF물을 만들었다가 흥행과 작품성에서 모두 참패하는 수모를당했다.

냉전의 끝을 부여잡고 싶었을까? 90년대 들어 '붉은 10월'같은 냉전스릴러의 마지막 영화들이 몇편 쏟아졌다. 그중 곧바로 비디오로 출시된 작품이 존 프랑켄하이머의 '제4의 전쟁'(스타맥스)과앤드류 데이비스감독의 '팩케이지'(콜롬비아).

'제4의 전쟁'은 냉전 종식으로 위기의식을 느낀 전쟁광 군인의 사적인 전쟁이야기다.화해 분위기가 한창인 때 체코와 서독 국경선. 미육군대령 나울즈(로이 샤이더)와 소련군 대령 발라체프(율겐 프루크너)가 서로 대치하고 있다. 둘다 평생을 전쟁과 살아온 타고난 군인. 그러나데탕트무드로 경비견같은 군대생활을 하고 있다.

어느날 체코인 탈출자를 무참히 쏴죽이자 나울즈가 발라체프에게 눈덩이를 던지면서 이들의 전쟁은 시작된다. 이들은 저녁만 되면 전쟁을 그리워하듯 람보처럼 서로 국경선을 넘나들며 장난처럼둘만의 전쟁을 벌인다. 서로의 진지에 자기가 왔다 갔다는 증표를 남기기도 하지만 결국 진지를폭파하는등 점차 확대돼 3차 대전의 위기까지 몰고간다.

이들은 냉전이 만들어낸 전쟁무기들이다. 전장이 아니고는 살아갈수 없는 잉여인간들이며 수십년간 쌓아온 냉전적 사고의 은유다.

아인슈타인은 3차대전에서는 어떤 무기가 사용될지 모르겠지만 4차대전은 돌로 싸울 것이라고 했다. 눈싸움으로 시작되는 이들의 전쟁이 아이러니를 더한다. 프랑켄하이머의 연출력이 돋보이는작품이다.

'팩케이지'는 냉전을 유지하려는 미·소 군부가 급기야 대통령을 암살하려는 음모를 꾸민다는 내용의 스릴러.

미소핵무기 감축 협상에서 보안실패로 문책을 당한 베를린 파견부대 조니 갤러거(진 해크먼)중사는 새임무를 부여받는다. 군법회의에 회부된 군죄수 일명 '팩케이지'를 호송하는 것. 군죄수 월터행크(토미 리 존스)와 미국에 도착한 것은 미소 핵협정 조인식 전날. 그러나 공항 화장실에서 그의 팩케이지는 사라지고 병역기록을 조사해보니 그는 월터 행크가 아니었다.

'도망자'의 앤드류 데이비스는 다소 상투적일 수 있는 암살음모를 케네디암살 사건과 유사하게풀어내면서 냉전의 고리까지 연결해 긴장미를 잃지 않는다.

두편 모두 국내에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팽팽한 긴장미와 서스펜스는 여름나기에 더 없이 좋은 냉전스릴러다.

〈金重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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