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시내버스노선 전면개편 방향

운행 30여년만의 첫 대구 시내버스 노선 전면개편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21일 대구시에 보고된 개편안은 그동안 승객들이 제기한 숱한 불만과 비효율을 제거한다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버스를 이용하는 대구 시민은 하루 1백50만~1백60만명. 그러나 현재 노선은 굴곡이 심하고 긴 반면, 여러개가 중복돼 있다. 이는 도시규모 및 구조의 복잡화·비대화에 버스노선을 억지로 짜맞춘결과. 불편해진 시민들은 버스 대신 자가용을 선호하게 됐다. 지금의 운행시간, 목적지 접근성, 승강장 대기시간 등으로는 앞으로도 자가용에 손님을 더 뺏길 수밖에 없는게 현실이다.대구시가 큰 혼란을 무릅쓰고 시내버스 노선을 전면 개편하려는 것도 이 때문. 자가용 이용을 억제하고 대중교통 위주의 교통체계로 전환하지 않는 한 지금의 교통문제를 도저히 해결할 수 없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노선개편의 기본원칙

먼저 간선·지선 개념이 도입된다. 간선은 최대승객을 최단시간에 수송하기 위한 노선이고 지선은 지역간 연결, 또는 지역순환노선이다. 중복노선을 줄여 투입하는 것이어서 실제 버스 노선 분포는 더 다양해졌다.

또 장대노선을 줄이기 위해 운행거리를 줄였다. 현재 대구 시내버스 운행거리는 모든 노선을 합해 편도 2천5백17㎞. 이를 1천8백72㎞로 6백45㎞ 단축했다. 또 노선굴곡도를 1.5에서 1.2로 감소시켰다. 굴곡도란 두 지점간 최단거리를 1로 봤을 때를 기준으로 한 수치. 따라서 현재 1㎞거리를가기 위해 1.5㎞를 꼬불꼬불 달리던 노선을 1.2㎞만 달리도록 조정한 것이다.

아울러 지하철 1호선과 환승체계를 이룰 수 있도록 했다.

번호체계는 대구를 10개 지역으로 나눈뒤 지역별로 고유번호를 지정, 기점-경유지-종점 순서로나열해 번호만 보면 노선을 대강 알 수 있도록 했다.

▨3대 노선체계-간선, 지선, 오지

노선은 크게 간선 31개, 지선 51개, 오지 13개로 나누어진다.

간선에는 좌석버스가 투입되고 정류장 간격이 넓어진다. 먼 거리를 편하게 이용한다는 원래의 좌석버스 개념이 되살아날 전망. 반면 지선은 정류장 간격이 짧고 노선거리도 짧게 해 일반버스로운행한다. 마을버스처럼 지구내를 순환하는 노선도 생긴다.

도심을 통과하기 위해 굴곡, 중복되던 노선이 대폭 줄어든다. 반원달-한일로-중앙로 등을 통과하는 노선은 현재 30여개. 이것을 절반인 15 안팎으로 줄인다.

대신 그동안 버스가 다니지 않던 지역에 투입된다. 따라서 많은 노선이 신설되고 서비스 폭도 넓어진다. 성서, 칠곡, 대곡, 시지, 지산 등에 마을버스 형태의 순환노선이나 짧은 노선이 생긴다.오지노선은 버스가 다니는 지역을 줄이지 않고 이용도를 높이기 위해 주요 간선에 연결되는 셔틀버스 형태로 바뀐다. 목적지까지 한번에 갈 수는 없지만 기다리는 시간은 한결 짧아진다. 갈아타야 하는 불편은 물론 늦게 오거나 아예 빼먹던 버스들의 정확한 운행이 가능해지는 것이다.▨번호체계

노선이 개편되면 시민들은 새 버스번호 때문에 어려움을 겪을 터. 그러나 새 버스번호는 숫자만보면 대강 어디에서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있기 때문에 외우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오히려 지금까지 모르던 노선들도 번호판만 제대로 보고 타면 엉뚱한 곳에 내리는 위험이 없어진다.우선 대구시역을 10개 권역으로 나눠 고유번호를 매겼다. 중, 남구는 0번, 동구 1번, 서구 2번, 북구 3번, 수성구 4번, 달서구 5번. 여기에 대규모 아파트단지를 위주로 한 구역이 추가된다. 6번은월성, 상인, 대곡지구와 달성지역, 7번은 칠곡지구, 8번은 안심, 용계지구와 하양, 영천방면, 9번은시지지구와 경산방면이다.

노선번호는 기본적으로 세자리. 기점-경유지-종점이 차례로 붙는다. 예를 들어 성서 계대~경산을운행하는 305번은 노선변화 없이 509번으로 바뀐다. 달서구에서 출발해 중구를 거쳐 시지, 경산방면으로 운행한다는 뜻.

같은 지역내 순환노선이 여러개라면 순환범위에 따라 자릿수만 달라진다. 99번이 시지, 노변지구를 좁게 순환한다면 999번은 더 넓게 시지-경산-영남대를 순환하는 노선이다.

▨2002년 노선

개편된 노선 일부는 2002년까지만 유효하고 이후 조금씩 조정된다. 지하철 2호선 공사 때문에 대동-대서로 대부분 네거리에 좌회전이 금지되기 때문이다. (본보 17일자 보도)

예를 들어 반고개쪽에서 동산병원, 서문시장 쪽으로 가야 하는 노선은 좌회전을 못하기 때문에계산오거리에서 U턴하는 쪽으로 짜여졌다. 계산오거리도 좌회전이 금지됐기 때문에 좌회전 차선을 버스베이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U턴하는 지역은 법원, 궁전맨션, AID아파트 등여러 곳. 이 노선들은 2002년 지하철 2호선 공사 완공 이후 좌회전하는 노선으로 조정된다.여기에 무태지구 등 새로 조성되는 대규모 택지들에도 점차 버스가 들어가도록 조정된다.▨앞으로의 문제

21일 대구시에 보고된 노선개편안은 각계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야 한다. 22일 시의회 설명회와22~29일 구·군, 기초의회 설명회를 통해 의견을 듣고 30일에는 시청 대회의실에서 시민공청회가열린다. 조정을 거친 노선개편안은 8월중 확정돼 지하철 1호선 개통에 맞춰 시행된다.대구시는 개편안 확정과 동시에 대대적인 준비작업에 들어간다. 새로 만들어야 하는 노선번호판만 1만5천여개. 차내 안내방송 시스템도 새로 제작된다. 시내 1천7백여개의 버스승강장 시설을 정비하는 것도 어려운 과제. 시행전날 모든 시설을 정비해야 하지만 실제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대구시는 시민홍보를 위해 노선안내도를 제작, 모든 가구에 1권씩 배포하는 한편 언론홍보, 광고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할 계획이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개편 노선에 대한 일부 이해관계 시민들의 반발. 이번 개편은 종전에 서비스되던 노선을 최대한 유지한다는 원칙아래 출발했지만 불편, 불만을 느끼는 시민들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구시 관계자는 개편 필요성을 설득시키고 시민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나갈방침이라고 밝혔다.

〈金在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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