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양국의 어업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양국외무장관회담은 일본의 직선기선을 묵시적으로 인정한 우리측의 패전이나 다를바 없었다. 유종하외무장관과 이케다 유키히코(池田行彦) 일본외상은어제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만나 최근에 일고 있는 어업분쟁 전반에 걸쳐 광범한 협의를 가졌다.
이번 한.일양국의 외무장관 회담은 선수를 치면서 공격한 팀이 안이한 자세로 방어한 팀을 밀어제치고 주도권을 잡는 장면을 시범적으로 보여준 것과 같았다. 결과적으로 분쟁의 직접적 원인이됐던 일본의 일방적 직선기선 영해문제는 장기협의사안으로 뒷전으로 밀려났고 일본의 의도대로어업협정 개정은 내달 10일경 도쿄에서 재개하여 조속한 시일내에 마무리짓기로 합의했다.이는 어업협정 개정은 배타적 경제수역(EEZ)경계획정과 동시타결을 주장해 왔던 우리 정부의 정책을 후퇴쪽으로 크게 수정한 것으로 일본측 요구를 사실상 수용한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 그동안 일본은 장기간 협상이 필요한 EEZ경계획정에 앞서 어업협정 개정을 요구해 왔고 그것이 우리측에 의해 거부당하자 직선기선문제를 들고나와 우리나라 어선을 나포하는등 일부러 말썽을 피워 조속한 어업협정을 유도해 왔다.
매양 그렇듯이 우리는 이웃나라들과 외교분쟁이 일 때 마다 나약한 실체를 그대로 드러내 올바른전투 한번 치르지 않고 두손을 들어 버리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것은 문민정부가 들어선 후 더욱심하여 대북(對北)경수로 문제와 대미(對美)공조및 통상문제 그리고 대대만(對臺灣)과의 핵폐기물처리문제를 비롯하여 대중국(對中國)탈북자 관리문제등에서도 우리의 의사와 주장이 관철된 적은별로 없었다.
이번 외무장관 회담의 우리측 성과는 일본의 한국어선 연쇄나포와 어업협정 파기협박이란 파국을막기 위한 미봉책에 급급했을뿐 우리의 주장을 내세워 당당하게 관철한 대목은 단 한곳에서도 찾아 볼수가 없다.
외무부관계자들은 직선기선문제는 양국정부의 협의회를 통해 타당성을 검토키로 한 것과 한국선원 폭행사건은 양국이 공동조사키로 한 것은 나름대로의 성과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외교전문가들은 '한국이 큰 것을 주고 일본이 작은 것 여러개를 내놓은 한국측의 손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제 한.일간의 바다싸움은 파국에서 뱃머리를 돌려 어업협상쪽으로 선회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조만간 나타나는 것이 독도영유권 문제다. 독도문제가 또다시 도마위에 올라 일본은 독도주변 수역을 잠정수역으로 설정하자는 안을 내놓을 것이다. 정부는 후퇴를 동반한 방어 위주의 외교전에서 과감히 탈피하여 보다 튼튼하게 바다를 지켜야 할 것이다.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