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KAL기참사로 숨진 여승무원의 효성과 유족의 눈물

"불과 몇시간전에 딸한테서 전화가 왔었어요. 빨리 집에 돌아가 엄마 팔을 주물러 드리겠다는 딸의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생생한데…"

추락한 대한항공 여객기 여승무원 손미라씨(24)의 어머니 이분자씨(55·대구시 동구 신암3동)는딸이 숨졌다는 소식에 눈물조차 말라버렸다. 미라씨는 고혈압을 앓는 어머니의 병세가 걱정돼 5일 밤 9시쯤 집에 전화를 걸었다. 이것이 딸과의 마지막 통화가 될줄은 차마 몰랐다. 효성이 지극했던 딸의 갑작스런 죽음이 가져다준 충격에 이씨는 몇차례나 정신을 잃어 단칸 셋방과 병원을오갔다.

미라씨의 집안은 교직에 있던 아버지가 4년전 담석증으로 세상을 떠난뒤부터 기울기 시작했다.엎친데 덮친격으로 95년 어머니 이씨마저 고혈압으로 쓰러져 뇌수술을 받아 아버지의 퇴직금도날려버렸다. 대학등록금이 없어 학자금을 융자받아 대학을 마친 미라씨는 교사가 되겠다는 '꿈'을접은채 지난해 2월 대한항공 승무원으로 입사했다.

승무원 생활이 무척이나 힘들다면서도 몸져누운 어머니와 대학입시를 준비중인 남동생 뒷바라지를 위해 직장생활을 계속했다. 세 식구의 '처녀가장'이었던 셈이다.

월급은 대부분 어머니의 병원비로 들어갔다. "바쁜 생활이었지만 한달에 두세번은 꼭 시간을 내어머니와 동생을 보러 왔습니다. 누나에게 '자유시간'이란 없었어요" 외사촌 동생 이동규씨(22)는그 착한 누나를 왜 데려가느냐고 울먹였다. 미라씨는 가족들이 걱정할까 봐 국제선을 탄다는 사실도 숨겼다.

"딸을 잃고 어떻게 살아갈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눈을 떠도, 눈을 감아도 딸의 얼굴이 사라지지않네요. 죽고싶을 뿐이에요" 딸의 이름을 부르던 이씨는 끝내 정신을 잃었다.

〈李大現·崔敬喆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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