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는 차량행렬로 거북이걸음 같은 귀성길, 지겹도록 차에 시달리다보면 몸은 파김치가 되고 정작 추석날엔 잠만 쏟아지기 일쑤이다. 더욱이 잔손질 많이 가는 추석음식 준비하랴, 손님맞이 상차리랴, 온종일 부엌일로 동동거려야 하는 며느리들은 어서 빨리 명절이 지나가기만을 바라게 된다.
그래서 적지않은 여성들은 명절을 앞두고 흔히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고 가슴이 답답해지는 이른바 '명절증후군'을 앓게 된다.
이처럼 기혼여성들에겐 '고생절'이기도한 명절쇠기에 최근 새로운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대부분맏며느리 혼자 많은 양의 명절음식을 힘겹게 준비했던 과거와 달리 요즘 일부 집안에서는 동서간에 떡, 지짐이, 나물 등의 명절음식을 분담, 몇가지씩 만들어와 상을 차리는 소위 '팟럭(PotLuck)' 스타일이 새로운 명절풍속도로 눈에 띈다.
'팟럭'은 크고 작은 파티가 일상화된 서양에서 파티 참가자들이 평소 잘 만드는 별미를 솜씨껏한가지씩 만들어와 음식과 대화를 함께 즐기는 것을 말한다. 파티나 행사를 주관하는 사람의 심적, 경제적 부담감을 덜어주고 또 서로의 음식을 통해 친밀감을 더해주는 이점이 있다.주부 김정숙씨(대구시 수성구 범물동) 집안의 경우 올추석에 본가에서는 잔손질이 많이 가는 나물반찬류와 송편을 만들고 손아래 동서는 고기와 과일, 막내동서는 갖가지 전종류를 준비하는 식으로 자발적으로 음식분담을 한다.
이처럼 서양판 품앗이인 '팟럭'이 최근 몇년새 우리네 명절문화에 스며들기 시작한 것은 무엇보다도 승용차 1천만대 시대 부산물인 교통대란의 귀성길, 높아가는 물가고, 취업주부들의 가사부담증대 등 사회와 가정환경이 복합적으로 급변한데서 비롯된다.
명절때 서울에서 영천까지 승용차로 가다보면 흔히 열몇시간씩 걸린다는 주부 박숙희씨(서울시강동구 등촌동)는 "지칠대로 지쳐버리지만 도착즉시로 명절음식 마련을 위해 곧장 부엌에 들어가야하는 것이 며느리들의 처지"라며 "본가의 며느리나 외지에서 오는 며느리들이 음식종류를 한두가지씩 분담, 함께 힘을 모아 상을 차리는 것이 심적, 경제적, 시간적 부담을 덜어주는 합리적인방법이 될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대도시에서 시골로 귀성하는 며느리들은 시골부엌에서 일하는 것을 불편하게 여겨 이같은음식분담을 오히려 환영하며, 취업주부들의 경우 아무리 바쁜 사정이 있더라도 명절 전날 반드시귀성해야하는 번거로움을 다소 덜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팟럭 스타일로 음식준비를 하면 명절즈음에 음식준비를 둘러싸고 흔히 야기되는 동서들간의 갈등도 해소될뿐아니라 특히 손아래동서들의 경우 집안일에 대한 동참의식이 높아지는 효과도 거둘 수가 있다. 무거움을 싫어하는 신세대주부들이 늘어나면서 이같은 팟럭식 명절쇠기가머지않아 보편화된 명절풍속으로 자리잡을지도 모를 일이다.
〈全敬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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