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우리는 요즘 잃어버린 것에 대한 안타까움과 분노로 두 눈이 젖어 있다. 우리가 사랑하고 아끼고소중히했던 사람들이 인재(人災)니 천재(天災)니 하는 소홀함으로 인해 훌쩍 우리곁을 떠났을때이때만치 속상하고 애간장이 녹아나는 경우는 다시 없다. 아무리 '산다는 것은 혼자 울고 있는것'이라고 시인은 말했지만 '운다는 것'만으로 풀수없는 것은 잃어버린 것에 대한 회복할 수 없는 슬픔이 바로 그것이다. 지난번 대한항공기 괌 추락사고로 딸내외와 손자손녀를 잃은 전장분씨는 사고 한달이 지나도록 아직 괌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손자·손녀의 시신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현장의 흙한줌 달랑 들고 차마 떠날수가 없다고 했다. 주(駐)캄보디아 대표부 정강현참사관은 이번 베트남항공 추락사고로 부인과 장인 그리고 열세살짜리 아들을 한꺼번에 잃었다. 부인과 장인의 시신은 그날로 수습했으나 아들 영화군의 시신은 온몸이 불타버려 다리부분만 겨우 찾을 수 있었다. 그것도 자신이 사준 운동화를 신고있지 않았다면 한참을 더 헤맬뻔 했다. 모든 '잃음'끝에 얻은 겨우 '찾음'이 몸뚱아리가 불타버린 다리뿐이었다니 그것은 형용할 수 없는 슬픔이다. 여덟살짜리 초등학교 2학년 박초롱초롱빛나리양이 지금 우리 곁을 떠나 유괴범의 손아귀속에있다. 범인들은 겨우 2천만원을 뺏기위해 하교길의 나리양을 유괴하여 가족들에게 협박전화를걸어오고 있다. 아무 탈없이 나리양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와야 할텐데. 내일은 20세기 마지막 비운의 왕세자빈인 다이애나의 장례일이다. 세기의 장례식에는 2백만명이 운집하고 미국에선 5천만명이 TV생중계를 시청하리라 한다. 그러나 테너가수 루치아노 파바로티는 조가(弔歌)를 불러달란버킹엄궁의 요청을 거절하며 '나는 울고 있을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모든 잃어버린 것은 자체가 슬픔이자 조가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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