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97대선 대구경북의 선택(6)

"지역주의"

연말 대선구도가 혼미해지고 있는 만큼이나 대구·경북 유권자들의 선택도 불투명해지고 있다.30여년간 지역주의적 투표행태에 젖어 온 이들이 처음으로 영남권후보가 없는 상황앞에서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대구·경북 투표행태는 과연 어떻게 나타날 것인가.

정치권과 여론조사기관 등 각계인사들은 대체적으로"지역주의 정서가 희석되고 표는 분산될 것"이란 전망이다. 그러면서도 "호남권과 충청권 등에선 지역주의적 투표행태에 가시적인 변화를 감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대구·경북의 변화는 후보가 없기 때문이며 전국적인차원에선 지역주의가 여전히 큰 변수로 작용한다는 말이다.

때문에 일각에선 대구·경북역시 선거 막판에 이르면 특정 후보쪽으로 쏠리게 될 것이란 분석도있다. '반(反)YS. 비(非)DJ'로 표현되는 지역정서의 향배에 좌우된다는 뜻이다. 여야 대선후보들이 앞다투듯 지역을 잇따라 방문, 현 정부의 실정을 강도높게 비난하거나 3김청산 등을 강조하면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데서도 엿볼 수 있다.

여론조사기관인 '한길리서치'의 홍형식(洪亨植)소장은"대구·경북에 지역주의 의식이 잔존하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이를 자극할 요인, 가령 영남권후보 등이 이번엔 없다는 상황때문에 상당히 희석될 것"이라며"특히 이인제(李仁濟)경기지사가 독자출마할 경우 지역표는 더욱 분산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부산출신의 신한국당 정의화(鄭義和)의원은 "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총재가 여론조사 결과 호남권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는만큼 선거전이 본격화되면 그에게 대항할 수 있는 후보쪽으로 영남표가 몰릴 가능성도 있다"고 DJ 거부정서를 주목했다.

이같은 정서엔 지역주의뿐만 아니라 그의 이념적 성향에 대한 주민들의 뿌리깊은 의구심도 작용하고 있다·실제로 김총재는 색깔시비를 불식시키기 위해 구여권 중진급인사들에 대한 영입에 나서고 반공단체 행사에도 참석하는 등 보수적인 행보를 적극화 해왔다.

국민회의 박지원(朴智元)총재특보는"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지역출신임을 믿고 지지했더니 이 지경이 되지 않았느냐"며 반YS 정서를 부추긴 뒤"정권교체를 위해선 DJT연합을 반드시 성사시켜야 한다"는 등 이에 편승하려는 속마음을 내비쳤다. DJT연합이란 김총재와 자민련 김종필(金鍾泌)총재(JP)간의 연대에 박태준(朴泰俊)전포철회장(TJ)을 비롯, 대구경북(TK)이 동참해야 한다는뜻이다. 이와 관련, 서강대 손호철(孫浩哲)교수도 "이른바 야권의 수평적 정권교체론은 지역차별을 극복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이를 강화, 이용하려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박특보는 내친김에 전두환(全斗煥)노태우(盧泰愚) 전직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국민회의가 주도해온 점을 거론한뒤 "광주가 도와줬으니 대구·경북도 이번 한번만은 힘을 보태달라"는 이른바 보답론까지 동원했다.

자민련의 박준규(朴浚圭)최고고문과 이정무(李廷武)총무는 부동층이 많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지역주의 정서가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전망했다. 박고문은 "지역유권자들중 과반수가 부동층으로 보인다"며 "지역주의는 이제 종속변수에 불과, 대선까지의 3개월여동안 각당 후보가 정책과 비전 등을 어떻게 제시하느냐에 따라 향배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주의 극복문제를 바라보는 시각들이 이처럼 엇갈리고 있지만 한 가지 공통된 인식도 있다.과거 어느때보다 대구·경북민에겐 그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점이다.

〈徐奉大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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