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야기 논리마당

"개념이란 무엇인가" 옛날에 한 정승이 자식이 없어 걱정하다가 늦둥이를 얻었습니다. 그런데 불행히도 IQ도 좀 떨어지고 장님이라서 정승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정승은 외동딸에게 세상 물정을 가르쳐 주려고 과외선생을 붙여 공부를 시켜보았지만 허사였습니다. 생각다 못한 정승은 더 좋은 과외선생을 구해 보려고 길거리마다 '내 딸을 가르칠 수 있는사람이 있으면 집재산의 반을 주겠다'고 하는 방을 붙였습니다.

정승의 재산은 워낙 많아서 탐을 내지 않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딸이 돌머리인데다 장님이고 보니 하루를 가르쳐 보고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도망치듯 가버렸습니다.시집갈 나이가 되었는데도 혼사가 들어오기는 커녕 아무도 거들떠 보지도 않았습니다. 이러다가는 딸이 시집도 못가보고 죽겠다 싶어 정승은 과거에 낙방한 한 청년을 붙들고 사정을 하였습니다.

"이보게, 내 딸이 비록 장님이지만, 자네가 내 딸과 결혼만 하면 내 전재산을 자네에게 주는 것은물론이고, 자네의 출세도 내가 보장하겠네"

청년은 정승의 어마어마한 재산과 출세가 눈앞에 있는지라 신부감으로는 좀 부족하였지만 뒤돌아볼 것도 없이 승낙하였습니다. 결혼을 하고 첫날밤이 되었습니다.

청년은 마침 부인의 속옷을 보자

"부인, 흰색 옷이 참 곱구려"

하며 점잖게 말을 하였습니다.

"예, 흰색이 어떤 것이지요?"

하며 부인이 궁금한 듯 물어보았습니다.

"음. 백조는 알고 있지요? 백조가 흰색이구려"

"그럼 백조는 어떻게 생겼지요?"

신부가 또묻자 청년은 그만 짜증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퉁명스럽게

"백조는 목이 길게 구부러진 새야!"

하고 고함을 치자 신부는 기가 죽어 한참 있다가 도저히 궁금증을 참지 못해서 또 물어보았습니다.

"저 죄송하지만요, 구부러졌다는 것은 어떤 것이지요?"

신부가 또다시 질문을 하자 청년은 기가 막혔습니다. 그렇지만 정승의 전재산과 출세를 생각하니화만 내어서 될 일이 아니다 싶었습니다.

"내가 지금 팔을 구부렸으니 만져봐요"

"이제야 흰 것이 뭔지 알겠군요"

청년은 신부의 말을 듣고 재산이고, 출세고 다 필요없다는 듯, 그 길로 고향으로 줄행랑을 치고말았습니다.

태어나면서부터 보지 않으면 색깔에 대한 개념 같은 것을 아무리 설명해도 이해하기 힘들 것입니다. 신부의 머릿속에는 '흰색이 어떠어떠한 것일 것이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구부린 팔을 만져보고 난후 흰색에 대한 개념정의를 내렸습니다.

우리는 어떤 것을 보면 꼭 말이나 글로 표현하지 않더라도 머릿속에는 이미 그것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갖게 됩니다.

예를 들어 여러분이 동물원에서 어떤 동물을 처음 보았다면 이렇게 생각할 것입니다. '저건 몸집이 뚱뚱하고 크며, 다리는 집의 기둥처럼 굵으며 코는 길게 나와 있구나'하고 말입니다.이렇게 그 동물들의 특징들을 머릿속에 담아 두는 것이지요. 그리고 다음번에 그 동물을 다시 보면 '아, 저번에 봤던 동물이구나'하고 쉽게 알아차릴 것입니다.

이렇게 우리 머릿속에 든 어떤 사물에 대한 생각을 '개념'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쓰는 낱말들은모두 개념을 언어로 표현하는 것들이지요. 그것은 '이러이러한 것을 이러저러하게 부르자'고 사람들끼리 약속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개념과 낱말은 다를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해서 다를 수있는지 다음호를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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