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소련 공산당의 적자(嫡子)를 자처하는 러연방공산당(KPRF)이 볼세비키 혁명 80주년을 맞아 혁명노선의 포기를 공식선언, 당내 보수파와 다른 좌파 정당들이 이에 반발하는등 충격을 던져주고있다.
러시아 하원내 제1정당인 KPRF의 의장인 겐나디 주가노프는 최근 세계 최초로 러시아를 공산화시켰던 1917년 10월(양력으로는 11월7일) 볼세비키 혁명 80주년에 즈음하여 당시 혁명의 불길이처음 타올랐던 상트 페테르부르그를 방문 "이미 혁명의 시대는 갔으며 더이상의 혁명은 피해야한다"고 선언했다.
지난96년 대통령 선거에서 결선투표까지 가는 접전끝에 보리스 옐친 대통령에게 석패했던 주가노프는 앞으로 공산당의 정권탈환 투쟁이 합헌적이고 건설적인 범위에서 이루어질 것이라고 못박음으로써 전통적인 마르크스·레닌주의를 사실상 부정했다.
주가노프는 2000년 대통령선거에 대비 자신과 공산당에 대한 중산층의 거부감을 줄이고 투쟁적인인상을 온건하고 합리적인 이미지로 바꾸는데 주력하고 있다. 그는 서방의 상공인들을 초청해 러시아 투자를 권유하는가 하면, 최근 옐친 대통령과의 대화를 통해 내각 불신임안을 철회하는 유연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런 노력때문에 주가노프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알렉산드로 레베드 민족공화당수, 보리스 넴초프 부총리등 차기 대권경쟁자들을 제치고 1위를 지키고 있다.그러나 이러한 주가노프의 변신에 대해서 당내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좌파 정당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주가노프가 내각불신임안을 철회하자 농민당등 원내 제휴세력은 일제히 "옐친정권과 야합해 인민의 이익을 팔아먹은 배신행위"라고 맹렬히 비난했다.
더 나아가 빅토르 틀킨 러시아공산노동당(RKRP) 대표등 골수 공산주의자들은 공산정당연합에서주가노프의 KPRF를 제명시켜야 한다고 나서고 있다. 그는 주가노프의 노선은 더이상 공산주의라고 볼 수 없다며 당명에서 '공산주의'를 삭제하라고까지 요구했다.
국제 공산당의 맏형이었던 러시아공산당의 이러한 급격한 노선변화 때문에 사회주의 혁명 80주년을 맞는 올 11월7일의 혁명기념일은 더욱 초라해질 전망이다.
〈모스크바·金起顯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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