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경새재 생태계탐사-고지대 식물

"숲 보존상태 양호…졸참나무 군락"

지난달 23일 문경새재 입구 주변은 장터처럼 시끌벅적하고 흥겨운 분위기로 가득찼다.주차장에는 차댈 곳이 없을 정도로 차가 빼곡이 들어찼으며 평소의 배가 넘는 주차요원들이 차량진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이날 문경새재가 시끄러웠던 것은 경북도민의 날 행사가 이 곳에서 열렸기 때문. 도민의 날 행사 참석을 위해 도지사를 비롯, 각계 인사들이 대거 문경새재를 찾았으며타임캡슐 묻기행사등 다양한 순서로 이어졌다. 그러나 차량을 이용해야 하는 조사팀은 행사 관계자들에게 사정했으나 조사고 뭐고 차량 진입은 안된다 며 막무가내로 막는 통에 할수 없이 반대편 등산로를 이용하기로 했다.

문경새재를 되돌아 나온뒤 문경읍을 거쳐 주흘산(1천1백6m) 뒤편 마을로 들어섰다. 좁은 도로를따라 10여분간 달리니 월복사라는 아담한 절이 나온다. 뒤로 암벽으로 된 주흘산 정상이 우뚝 솟은 채 병풍처럼 절을 감싸고 있고 대웅전 앞뜰에는 개 한 마리가 어슬렁거릴 뿐 고즈넉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현 지점은 해발 3백m. 안동대 송종석교수팀은 6백m이상의 지역에 서식하는 고지대 식물을 조사하기로 했다.

서서히 산을 올라가니 여기저기에 밭이 펼쳐져 있다. 주민들의 내왕이 잦은 이 곳에 노란 잎사귀를 한 생강나무가 있고 쑥부쟁이, 꽃향유등이 자라고 있다. 생강나무는 잎보다 소형의 노란 꽃이먼저 피며 쑥부쟁이는 산지의 볕이 잘 드는 풀밭에서 자라는 2년초이다. 꽃향유는 1년초로 전체에 부드러운 털이 있으며 강한 향기가 있다. 줄기는 네모지고 높이 30~60cm가량 된다.조금 더 올라가니 일본잎갈나무가 질서정연하게 하늘을 찌를 듯 뻗어 있다. 자연적으로 자란 나무가 아니라 조림한 나무들이다. 일본잎갈나무는 일본이 원산으로 높이가 30m에 이르는 낙엽 교목. 소나무과에 속하지만 가을에 노란색으로 단풍이 든후 잎이 떨어진다.

갈참나무와 당단풍나무,신나무, 짚신나물과 쇠서나물,세잎양지꽃이 보인다. 당단풍나무의 단풍이타는 듯 붉게 물들어 있다. 신나무 역시 단풍나무과에 속하나 잎이 손바닥 모양으로 갈라지는 다른 단풍나무와 달리 하반부에서 3개로 갈라지며 가장자리에 불규칙한 톱니바퀴가 있다. 세잎양지꽃은 끝이 뭉툭한 3개의 작은 잎이 하나의 잎부분을 이루고 있으며 어디에서나 흔히 자라는 다년초이다.

보리수나무와 개옻나무, 참당귀, 백선, 파리풀,찔레,은대난초, 사위질빵,청가시덩굴,청미래덩굴등도보인다. 참당귀는 자주빛이 도는 다년생 풀로 한약 재료로 쓰이며 파리풀은 응달에서 자라는 마디가 굵은 다년생 풀이다.

찔레와 덩굴류, 보리수나무는 숲에 대해 여러가지를 말해 준다. 찔레와 덩굴류, 보리수나무는 숲이 파괴된 지역에서 주로 나타나는 식물로 예전에 이 곳이 벌목이 성행했음을 나타낸다. 아닌게아니라 간혹 나무가 베어져 있는 흔적들이 남아있다. 햇볕이 많이 쬐는 곳에 사는 이 식물들은훼손된 숲의 양지에 서식하게 된다.

1시간여 올라가니 고도계가 6백m를 가리킨다. 고지대식물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높이이다. 아래지역에서 잘 보이지 않았던 물푸레나무와 쪽동백나무가 보인다. 쪽동백나무는 자연림 요소를 상징하는 나무. 이 지역부터 숲은 비교적 잘 조성돼 있다. 나무들이 오밀조밀 들어서 있으며 작은초본류와 키 큰 나무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졸참나무 위주로 된 참나무군락이 보이고 조록싸리,국수나물,뱀고사리,굴피나무,박달나무등이 나타난다. 송교수는 이 지역은 벌채가 왕성하던 시기로부터 30~40년쯤 지났으며 그 사이에는 비교적숲이 잘 보존돼온 것 같다 고 말했다.

신갈나무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해발 7백m되는 지점에서 산 정상으로 통하는 능선이 드러나면서 햇볕이 드는 능선 남사면에는 졸참나무가 우세하고 햇볕 양이 적은 북사면에는 신갈나무가많이 보인다. 신갈나무는 갈참나무, 졸참나무와 함께 참나무 종류에 속하나 상대적으로 기온이 낮고 습지에서도 잘 자라는 고지대 식물이다. 이 나무들은 잎 모양이 각기 다른 특색을 지니고 있다. 신갈나무는 잎자루가 거의 없는듯 짧고 앞뒷면에 털이 듬성듬성 나 있다.

졸참나무와 갈참나무는 잎자루가 뚜렷하게 나 있으나 졸참나무 잎은 길이 7~10cm, 갈참나무 잎은 길이 12~30cm로 차이가 난다.

주변에는 과꽃, 천남성등 조선시대 사약재료로 쓰이던 식물도 있다. 천남성은 잎을 따 끓인뒤 뜨거운 상태에서 독성이 발휘되고 식으면 독성이 떨어지는 특성을 지닌다. 참회나무도 독특한 아름다움을 보인다. 다른 나무의 단풍이 울긋불긋한 것과 달리 참회나무의 푸른 잎은 탈색되면서 하얀 파스텔 톤으로 변한다. 그래서 참회나무가 모여있는 모습은 마치 눈이 내리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게 한다.

국내 학계 일부에서는 신갈나무가 우리나라 숲의 최종 극상림을 이루는 식물이 아닌가 논란을 빚기도 하나 그것은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이 송교수의 의견. 기후대에 따라 숲은 난대림, 온대림, 아한대림으로 나뉘고 남한지역은 제주도와 남해안 일부 지역이 난대림, 대부분의 나머지 지역은 온대림에 해당한다. 난대림에는 상록활엽수림, 온대림에는 낙엽활엽수림, 아한대림에는 상록침엽수림이 조성되고 툰드라지역인 한대에는 이끼류외에 식물이 서식하기 힘든 상태이다. 숲을 수직구조로 보면 산정 부근에는 기온이 낮아 지역적으로는 온대림에 속하더라도 아한대림의 나무가 서식하기도 한다. 즉, 고지대식물은 산이 위치한 지역에 따라 높이가 낮은데서 사는가하면 높은 곳에서 서식하기도 하는 것이다. 송교수는 이렇게 봤을 때 극상림을 이루는 나무는지역별로 기후상태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는 것 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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