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이미지'라 함은 겉으로 드러나 있는 형상을 마음속으로 간추려 보는 것일뿐 그 형상의 깊은 곳까지 떠올려 볼 수는 없는 것이다. 가령 솔개를 이미지로 그려보면 창공을 나는 큰 날개와 아름다운 깃털, 그리고 매혹적인 눈이 고작일 것이다. 그러나 솔개에겐 무엇을 움켜쥐기만 하면 절대로 뺏기지 않고, 사냥감의 심장을 단숨에 찌를수 있는 날카로운 발톱과 뼈도 쪼아 먹을 수 있는부리가 있다. 이미지 외적인 것이다. 우리에게 풀리지 않는 숙제인 북한을 이미지로 떠올려 보면'김일성과 김정일''식량난과 경수로''굶주린 주민들'정도일 것이다. 그것은 마음속에 그려진 감각적 영상일뿐 실제로 북한이 갖고 있는 내부의 흉계나 실질적 힘은 나타나 있지 않다. 적절한 비유가 아닐지 모르나 북한은 누더기를 걸치고 햇빛을 찾아 다니던 디오게네스에게 서릿발같은 철학적 이성이 있듯, 식량난속에서도 전쟁을 생각하는 독기를 품고 있는 야성적 국가이다. 북한은모든 정보가 차단된 폐쇄국가이다. 김정일의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우리의 정보기관은물론 미CIA도 모르는 일이 태반이다. 그래서 북한의 정보는 첩보상태에 불과한 '카더라'방송이아직도 유효한 셈이다. 최근 황장엽씨는 평통 비공개 강연에서 "북한 군수공장에서 2천여명이 아사했고 군량미도 바닥나 결국 무장군이 봉기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황씨의 발언은 정보부족으로 허덕이는 우리로선 새소식이긴 하지만 이것조차 황씨의 직접 목격담이 아닌 '카더라'의 인용이어서 뒷맛이 개운치는 않다. 그러나 앞서 말한 이미지 외적인 북한의 전쟁가능성은 미국이추구하는 '윈 윈전략'의 사이를 비집고 들 가능성이 높아 경계를 늦춰서는 안될 것 같다. 황씨의북한 실상공개가 대선에 혼이 빠져 있는 정가에 늦가을 찬비처럼 소름을 끼치게 했으면 좋으련만.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