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각종 통계업무가 어렵다는 것은 정평이 나 있지만 그 중에서도 여론을 조사하는 일은 무척 어려운 일에 속한다. 가령 대구 유권자에게 서울 표준말로 세련되게 질문하는 경우와 텁텁한 대구억양으로 조사하는 경우 그 정확도는 대구사투리쪽이 훨씬 높다 한다. 또 주부들의 아침 설거지시간대로 비교적 한가한 오전 10시께 조사와 남편 퇴근, 저녁식사 준비시간대인 오후7시를 전후한 여론조사도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여론조사는 너무나 미묘한 변수들을 수합해서 결론을 내려야 하기때문에 미국 같은 통계업무의 선진국에서도 대선(大選)에 연관된 여론조사 결과는여전히 아무도 장담을 못한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대선전(大選戰)을 지금까지 여론조사 지지율이주도하다시피한 것은 자못 흥미롭다. 원내 제1당인 한나라당은 대선전 초반 이회창(李會昌)후보지지율이 떨어지자 아예 선거운동 자체를 포기하고 일부 성급한 사람들은 보따리를 싸들고 분당(分黨)하는등 지리멸렬했었다. 또 국민회의쪽은 김대중(金大中)후보가 마치 당선이라도 된양 자못호기로웠고 과거 정적(政敵)에 가까웠던 인물들까지 입당(入黨)러시를 이루는 모습도 가관이었다.26일부터 여론조사 결과가 공표될수 없는 법정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된다. 이제부터 '여론조사'라는 우리에게 아직 다소 생소한 잣대조차 없이 유권자의 양심에 깨끗한 한표 행사가 맡겨지게된것이다. 24일의 마지막 여론조사 결과는 1위 김대중후보와 그를 박빙의 차이까지 근접한 이회창후보, 다소 떨어진 이인제후보의 2강1약(2强1弱)양상으로 드러났다. 이 결과가 12월18일까지 어떤곡절을 거쳐 어떻게 매듭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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