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장, LA에는 지난주 비가 왔다면서요. 이곳 모국에는 겨울비가 그닥 안내려도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어둡고 우울해져 있습니다. 국가외환부도, 좀 쉬운말로 솔직하게 털어 놓자면 나라가 부도 났다고들 해서 그렇습니다. 고생고생 일궈서 이제 겨우 밥술 좀 먹고 사는가 하고 있었는데 날벼 락 맞듯 하루아침에 국제거지 꼴이 된 것이 분하기도 하고 허망하기도 합니다. 국가부도라는 우울하고 부끄러운 소식을 놓고 문득 김사장이 맨먼저 떠오른 것은 몇년전 김사장 이 '한국 사람들 정신 안차리면 60년대처럼 깡통 또 한번 차게 될거다'고 했던 말이 생각나서입 니다. 물론 그때 그말씀은 라스베이거스에 도박하러 오는 계층이나 부도내고 달러 챙겨서 LA로 피해오는 일부 악덕기업인들을 보면서 의분을 못참아 했던 말이라 기억됩니다. 그러나 그말속엔 정경유착으로 부패된 정치권과 기업 그리고 과소비로 흥청대는 대중소비를 바깥에서 바라보면서 느낀 충고도 담겼으리라 짐작됩니다.
오늘 모국이 바로 김사장이 독설처럼 내뱉었던 그 말씀 그대로 돼버렸습니다. 이제 떵떵거리던 우리는 33평 아파트 한채 팔아봐야 평균 10만달러도 못만지게 됐습니다. 김사장 이민 갈 무렵만 해도 그 정도 아파트면 20만달러는 만들수 있었으니까 가만히 앉아서 경기 침체와 환차손으로 10 만달러를 날린 셈입니다.
이제 IMF구제금융을 받고 나면 실업자는 늘어나고 부동산 경기는 더욱 침체되고 월급은 안깎이 고 동결되면 그나마 다행입니다. 김사장이 햄버거를 팔아 만달러를 벌동안 우리는 단 천달러도 못벌지도 모를 판입니다. 대다수 국민들은 그러한 참담한 국가부도의 1차적 책임을 정치 지도자 에게 물을것입니다. 어쩌다 경제를 이지경으로 만들었느냐고 그들을 향해 손가락질도 할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비판의 손가락이 향해야할곳은 우리국민 스스로의 가슴쪽이라고 말입니다. 불행하게도 이미 우리 정치지도자는 더이상 국난의 책임을 묻고 따지고 손가락질 할만 한 대상의 한계를 넘어서 있습니다. 시간적으로도 정치적 영향력의 상실이란 면에서도 그렇습니 다. 그리고 우리지도자 역시 나름대로 최선의 노력은 했을것 입니다. 이미 엎질러진 물입니다. 절 반의 책임은 국민쪽에 있다는 자성으로 난국을 풀어나가는수 밖에 없습니다. 김사장, 어제까지 일 부 국민들이 과소비와 사치, 무절제한 외화 낭비를 해온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반드시 다시 일어설 것입니다. IMF의 간섭섞인 지원을 받고도 일어섰거나 일어서고 있는 멕시코, 태국, 인도네시아, 영국 어느국가보다 가장 빠른 시일안에 재기할 것이라 확신합니다. 석 유 5%%만 덜 쓰면 15억달러를 아낄수 있다고 합니다. 26일쯤에는 김사장 고향인 대구에도 지하 철이 개통됩니다. 한달에 이틀만 승용차 대신 지하철을 타면 석유 5%%절약을 실천해낼수 있습니 다.
대형고급승용차가 인구와 경제규모에 비해 가장 많다는 대구의 오명도 이 기회에 씻어야겠지요. 못믿겠지만 외국에 로열티를 지불하는 X피자, Y치킨, Z비프스테이크 소비가 전국에서 대구사람들 이 1위라는 부끄러운 얘기가 떠도는 것도 사라지겠지요. 한다면 해내는 대구의 자존심과 뚝심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가 남이가'라는 단합의 정신으로 다시 일어서야 합니다. 정신나간 정 치인이 말하는 이기적 '남이가'가 아니라 다함께 같이 아끼고 고통을 분담하는 공동체적인 '남이 가' 정신을 보여줘야 합니다.
어떻게 보면 이쯤에서 부도가 난것이 오히려 잘된 일인지도 모릅니다. 그냥 그대로 곪아 터진줄 도 모르고 마냥 흥청망청 떠내려갔더라면 어쩔뻔했느냐는 생각도 해볼 기회입니다. 이제 정말 허 리띠 졸라맬 겁니다. 김사장이 모국에 아파트한채 사려면 옛날보다 더 많은 달러를 벌어와야 될 만큼 알부자 나라가 되도록 우리모두 다시 뛸 것입니다. 또 그렇게 되도록 고향과 모국을 충고하 고 사랑하는 마음을 보내주십시오. 가내에 항상 은총과 축복이 함께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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