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대기업에 다니는 사위와 딸이 어느날 요즘 한창 유행인 영국제 버버리 코트자락을 휘날리며 시집이나 친정을 출입하며 한아름씩 선물보따리를 사들고 다녔다. 자동차도 준중형을 꺼리낌없이 몰았다. 그러던 어느날 딸이 끙끙거리며 속을 털어놨다. 전부 카드를 그었는데 카드금액이눈덩이처럼 불어나 도저히 갚을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할 수 없이 사돈댁에 전화를 걸었다.양가에서 합의, 한번만 카드 빚을 갚아주는 대신 신용카드를 모두 잘라버리고 차도 팔게 했다.과소비로 인한 카드 부도 는 불경기가 심화되면서 매달 늘고 있는데 탄성이 붙은 소비가속도는줄어들지 않고 있다. 당장 현금이 없어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카드를 그어대다가 결국에는 월급차압, 연체로 인한 사용정지 건수가 날이면 날마다 많아지고 있다.
모 백화점 골프웨어코너의 단골손님은 놀랍게도 성인 구매객이 아니라 청소년들이다. 옷을 연출해서 입을줄 아는 성인들은 적당한 옷을 코디해서 입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데 반해서 옷을 고르거나 입을줄 아는 안목이 별로 없는 청소년들은 부모를 앞세워 하나에 20만원대를 넘나드는 수입브랜드들을 예사로 입는 것이다. 청소년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모 브랜드 청바지. 단추에다이아몬드를 넣어 만들었다는 이 청바지는 웬만한 정장 옷값을 넘는데도 없어서 못판다. 똑같은재질인데도 다이아단추를 박아야 알아준다. 값은 웬만한 청바지 5벌 값이다.
난 겨울에는 유흥업소 웨이터들이 입는것같은 조끼가 유행했다. 유행이라는 이름으로 마구잡이로똑같이 입어야 직성이 풀리는 것이다.
약사인 모씨는 아들 내외가 신혼여행 갔다올때 쯤 새차를 뽑아서 코팅까지 한뒤 아파트에 세워두었다. 그는 아들 내외가 사는 아파트 관리비, 일하는 사람 인건비, 용돈까지 한달에 백수십만원의돈을 아무런 생각없이 지원하고 있다. 인턴인 아들의 월급이라야 뻔한 것, 그래도 부모의 밀어주기식 지원으로 50평짜리 아파트에서 일하는 사람까지 두어가며 살고 있다. 자연히 과소비가 안될수 없다.
사업가 남편을 둔 김모씨(대구시 남구 대덕맨션)는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큰아들에게 두달에한번씩 기백만원씩 생활비를 지원한다. 아들 버는 돈만으로 서울생활을 못한다는 것이다. 금융실명제로 더 이상 은행에 돈을 넣어둘 수도 없는 마당에 쪼들리는 아들들의 뒤나 대주는게 뭐가 나쁘냐는 것이다.
커져버린 씀씀이, 높아진 소비수준 때문에 일류대학을 졸업한 30대 직장인이 월급으로 살지 못할지경인데도 돈을 부쳐주는게 능력있는 부모인 것처럼 생각, 과소비 자녀만들기에 앞장서고 있는것이다.
그전에는 공부만 시켜주면 그만이었는데 요새는 결혼시키고도 끊임없이 대주는 부모들이 폼도잡고 권위도 갖는것 같다. 끝까지 뒤를 봐주지 못하는 평범한 부모들은 괜히 부모 노릇 제대로못하는 것처럼 위축되고 자식들한테 민망해서 살수가 없다 고 하소연하는 주부들은 특정계층에만통하던 과소비가 이제는 우리 사회 곳곳에, 우리 가정 깊숙이 배어있어 그 끝이 보이지않는다고말한다.
아파트단지에 있는 한 수영장을 출입하는 수백명의 주부중 외국제 유명 핸드백을 들지않은 이는별로 없다. 회원중 한사람은 최근에 모피 반코트야, 핸드백이야해서 4백만원어치를 한꺼번에 사들였다. 남편이 대학의 사무직원이어서 형편이 뻔한데도, 그동안 아낄만큼 아꼈으니 이제는 마음껏써도 되지않느냐는 것이다. 얼마나 더 산다고 아끼며 궁색하게 사느냐는 것이다. 아끼며 알뜰하게살아봐야 업신만 당하지 별로 당당하지도 못하다는 것이다.
중학생 아들의 친구가 12만원짜리 조끼를 입고 다닌다 면서 자기도 사달라고 졸라댄다는 한 학부모는 학교에서 메이커 옷 탁泗가방을 들고 다니지 못하도록 했으면하고 바란다. 영국에서 귀국해보니 모두 똑같은 이스트 팩 가방에 똑같은 서태지의 카운트다운을 입었더군요.이것을 보고 너무 놀랐어요. 자신에게 맞는 옷을 고르지 않아요. 유행상표와 가격만을 기준으로삼는 세태속에서 어떻게 창의력이 나올수 있겠어요 동덕여대 김경애교수(여성학)는 남들과는 다른 자신의 창조성을 무시하고 남들이 하는대로 똑같이 하는 평균주의에 억눌려 있는 것이 현재우리 교육현실 아니냐고 우려하면서 외국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의식을 사대주의라고 비난했다.산담배추방과 청소년보호를 위한 소비자운동본부를 갖춘 전국주부교실 중앙회 대구시지부 김영숙지부장은 불경기인데도 각계 각층의 과소비가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것은 금융실명제로 묶인 뭉칫돈들과, 몇년전에 벌어놓은 돈들을 무조건 쓰고 보자는 심리가 겹쳤기 때문 이라며 앞으로 2~3년만 과소비가 계속된다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를 것이라고 지적한다.
김지부장은 경제위기를 초래한 태국의 경우 1인당 국민소득이 3천58달러인데도 세계 제2위의 벤츠판매시장이었고, 스위스 시계, 프랑스와인, 이탈리아 의류를 구입하기 위해 물쓰듯 돈을 쓴 방만한 생활의 당연한 결과라며 우리도 무한소비의 끝은 어디인지 위기의식을 가져야할 때라고 경고한다. 〈崔美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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