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안과 김형일원장 "술드신 날은 영락없죠? 가급적 드시지 마세요. 꼭 마셔야할 때도 너무 기름진 안주는 드시지 말고…아셨죠? 밖에 지금도 비와요?" 젊은 의사의 상냥함에 노인환자들은 굳은 표정을 푼다.안과전문의 김형일씨(36.성모안과원장). 가톨릭의대를 나와 이 대학 전임강사, 수원 성(聖)빈센트병원 안과과장으로 활동하다 모든 것을 버리고 1년반전 덜렁 처외가곳인 경주로 내려왔다. "대도시가 싫더라구요. 사람이 삭막해지는 것 같고, 인간미도 잃어가는 것 같고…경주가 그래도 인간답게살 수 있는 곳이라 생각하고 왔죠" 기를 쓰고 서울공화국 사람이 되려는 요즘 세태와는 거꾸로됐다.
순수의 시대를 그리워하는 한 낭만파 젊은이의 귀거래사일까?
그의 또다른 면은 히포크라테스의 정신을 실천하려는, 봉사자로서의 모습에 있다. 의대생시절 슈바이처박사의 헌신적 일생을 흠모했던 김씨는 그때의 영향으로 타인에 대한 봉사를 늘 가슴한켠에 담아두었다. 성빈센트병원에서 일할때 수녀원이 운영하는 양로원에서 무료검진과 자선수술을해주었던 경험을 경주에서도 되살리기로 했다. 보건소 관계자에게 의료적으로 도울 일이 있으면연락해달라고 부탁했다. 그의 병원을 찾는 외래환자중 보건소에 등록이 안돼있으면서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도 돕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조금만 수고하면 앞을 볼 수 있는 사람들을 돈때문에 그냥 내버려둘 수는 없는거죠" 그렇게해서 주로 형편이 여의찮은 노인들을 대상으로 녹내장, 백내장 수술 등을 해주었다. 지난 1년여동안의 무료수술이 30케이스정도.
"15년만에 다시 눈을 뜨게 된 한 노인은 너무 기뻐서 잠도 자지않고 밤새워 텔레비전만 봤대요.한 노인은 그동안 발을 끊었던 노인정에 근 10년만에 갔더니 친구들이 귀신이 나타났다고 놀래더랍니다. 또 어떤 분은 다시 눈을 뜨게돼 무척 기뻐했지만 자신과 아들의 몰라보게 늙어버린 모습을 보고는 그것이 너무 슬퍼서 엉엉 울었다고 해요"
무료수술을 받은 환자들중엔 시커먼 손으로 집에서 따왔다며 감이니 배같은 먹을 것들을 감사의표시로 내밀기도한다. "촌지를 많이 받는다"며 싱긋 웃는 김원장은 대도시사람들과는 다른 순수함과 순박한 정이 그리 좋단다.
짬을 내기가 쉽지않지만 앞으로는 양로원에도 찾아가 볼 계획을 갖고 있다. 작년 연말 경주의 두양로원을 찾아 내의를 선물했을때 노인들의 기뻐하는 모습을 떠올리며 IMF한파로 한결 썰렁해진이번 연말에도 양로원을 찾아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제가 경순왕의 후손이거든요. 가끔씩 이런 상상을 해보곤해요. 천년고도인 이곳에서 난 신라의옛백성들을 다시 만나고 있다는 그런 상상을요" 웃을때의 동안처럼 그는 약간은 엉뚱하기도 하다.〈全敬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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