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대구시의회와 버스조합

14일 오전 대구시의회 산업위원실. 시내버스 요금을 올리려는 버스업계의 발길이 여기까지 미쳤다. 업계의 어려움과 요금인상의 불가피함을 호소하기 위해 버스조합 요청으로 간담회가 열린 것.이날 간담회는 시작전부터 "시민의 대표기구라는 시의회 위상에 전혀 걸맞지 않다"는 비판이 적지않았다. 물가인상으로 인한 생활압박이 이만저만이 아닌데 시민의견 수렴은 생각도 않고 업계 주장만 들을 명분이 있느냐는 것.

간담회가 시작되자 모양새는 더욱 이상해졌다. 홍태환 산업위원장의 인사가 있은 후 함께 자리한의회 예결위 소속 안원욱의원이 버스조합 대표들을 일일이 소개하고 나선 것. 시내버스 회사를 운영하면서 버스조합 부이사장을 맡고 있는 의원이었다. 소개를 마친 의원은 버스조합 대표들과 나란히 앉기까지 했다.

자신감을 얻은 듯 조합측은 장황한 하소연을 늘어놨다. 유가인상으로 인한 업계의 어려움과 대구시의 지원부재를 호소한뒤 지난11월 시행하려다 자신들의 반대로 지금까지 지연된 버스노선 개편을 7월이후로 미뤄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놨다.

반면 마주앉은 의원들은 이야기를 꺼내기 껄끄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의원들이 즐겨쓰는 용어처럼"평소 존경하는 동료의원님"이 마주앉았는데 비판은 커녕 질문조차 제대로 될리 없었다. 버스요금문제는 물론 노선개편, 서비스 개선 등 시급한 시민들의 관심사에 대해서도 밋밋한 문제제기가 고작. 동석한 대구시 관계자가 "평소 시내버스에 문제가 많다고 공무원들을 그렇게 꾸짖더니 이자리에서 얘기를 좀 해달라"고 비꼬기까지 할 지경이었다.

더욱 자리를 볼썽사납게 만든 장면은 버스조합 대표들이 입을 열 때마다 시의회에 대한 고마움을표시한다는 것. 올해 예산심의 때 대구시 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도 버스업계에 지원하는 오지노선 보상비는 한푼도 깎지 않고 그대로 반영해준데 대한 감사표시였다. 의원들에 따르면 예결위에서 이에 대한 다툼이 있기도 했으나 "같은 예결위원과 의장이 버스업계에 있는데…"라며 넘어갔다는 것.

간담회는 결국 일방적인 하소연만 이뤄진채 '댕큐'로 시작해 '댕큐'로 끝나고 말았다. 회의를 지켜본 한 관계자는"업계의 요금인상 주장에 시의회가 장단맞춰준 꼴"이라며"시의회가 과연 얼마나 시민들을 의식하는지 의심스럽다"고 허탈해했다. 〈金在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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