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뉴욕 외채 만기연장 1차협상

"첫 단추는 잘끼웠다. 그러나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높다"

21일 뉴욕에서 열린 외채 만기연장을 위한 1차 협상에서 50여개 채권 금융기관을 대표한 14개 주요 채권기관들은 우리 대표단이 제시한 협상안에 별다른 이견을 보이지 않았다.특히 채권은행단을 대표한 시티은행은 협상이 끝난 뒤 "이날의 토의가 매우 긍정적(positive)이고건설적(constructive)이었다"고 평가했다.

또 로버트 루빈 미재무장관이 1차 협상에 앞서"한국에 빚을 준 민간 기관들이 한국의 장기적인금융안정에 도움을 줘야한다"며 협상의 차질없는 진행을 강조하고 나서 협상 초기단계의 분위기는 일단 우리에게 유리하게 흐르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당초 상당한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됐던 이번 협상이 우리측에 유리한 방향으로 조기 타결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희망적인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번 1차 협상에서 나타난 채권은행단의 협조적 분위기만으로 외채협상 전체가 우리에게유리한 방향으로 귀결될 것으로 보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는 지적이다.

즉 아직까지는 우리정부의 기본 입장만 제시됐을 뿐 구체적인 금리수준을 포함한 모든 것이 유동적이라는 점에서 협상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재 월가(街) 현지의 분위기도 향후 협상전망에 대해서는 절대 낙관할 수 없다는 쪽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협상의 전개 양상은 구체적인 금리수준과 금리의 결정방식 등을 결정하는 23일의2차 협상의 뚜껑이 열려야 비로소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차 협상에서 우리대표단은 우리정부가 견지할 몇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우선 협상대상은 국제 금융기관이 우리 금융기관에게 빌려준 1년 미만의 단기채 2백50억달러(종금사 빚 24억달러 포함)를 1년 이상의 중.장기채로 전환하는 문제로 국한하며 중.장기채로의 전환방식도 금융기관간의 기존의 채권.채무관계를 유지하면서 추진, 국채를 발행해 외채와 맞교환하는것은 수용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또 금리 결정도 JP모건이 제기한 금리입찰이 아닌 채권은행단과의 협상을 통해 금리를 결정하는네고방식으로 추진하며 신디케이트론이나 국채 발행을 통한 신규 자금조달은 한국의 대외신인도가 높아진 이후 추진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같은 우리측의 제안에 대해 채권은행단들은 큰 반대나 논란이 없었다고 재경원은 전하고 있다.그러나 이같은 분위기가 23일 열리는 본협상에서도 이어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무엇보다 금리수준에 대한 양측의 입장이 너무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측은 정부가 지급보증을 해주는 만큼 리보(런던은행간 금리, 현재 6% 내외)에다 2~3%를더한 수준이 온당하다는 입장이나 채권은행단은 Libor에다 5~6%를 더한 11~12%의 고금리를 바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 만기가 연장된 외채를 중도에 갚거나 국제금융시장의 상황변화에 따라 금리를 변동할 수 있는콜옵션의 수용 여부도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정부는 2차 협상에서 우리측이 제시한 단기채의 장기채 전환 원칙에 채권은행 대표들이 일괄합의를 도출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바라던 대로 한자리수 금리에다 콜옵션이 관철된다면 외채협상은 우리측이 바라는 방향으로 사실상 타결된 것이나 다름없게 된다.만기조정에 대한 기본적인 합의만 이뤄지만 나머지는 이 틀내에서 각 채권기관들과 개별협상을통해 은행별로 금리, 만기연장 기간, 콜옵션의 구체적인 조건 등을 결정하면 되기 때문이다.결국 뉴욕 외채협상이 순조롭게 풀려갈 수 있을지 아니면 난항을 거듭할지는 23일의 2차 협상이어떻게 결말이 나느냐에 달렸다.〈鄭敬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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