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포로 유명한 안동시 안흥동 삼베시장(베전골)의 좌장 이이호씨(68).
근대 안동포 유통 역사의 산증인이자 마지막 대상(大商)이다.
스무살 무렵 텃밭에서 수확한 고추 몇근을 5일장에 팔러 나갔다 우연히 만난 안동 삼베상인의 권유로 고추 판 돈을 삼베 원료 구입에 투자, 몇푼을 남기면서 농삿일을 던져 버렸다. 그길로 옷이곧 삼베였던 시절이었기에 잘만하면 가난도 떨칠 수 있다고 생각, 큰마음 먹고 안동으로 나와 베전골에 발을 들였다.
가마니로 차린 궁색한 좌전이었지만 장날이면 하루 5백필씩 쏟아져 나오는 물량 덕택에 쏠쏠한이문을 남겼다.
안동장날이 파하면 4일간은 주변 지역 5일장을 도는 생활을 무려 20년이나 한 뒤에서야 지금의자리에 제대로 된 점포를 얻을 수 있었다.
"이씨는 밥 굶기는 예사고 차비 몇푼 아끼려고 진눈깨비 내리는 비포장길을 수십리 걷기도 했던사무치는 고생역정을 담담히 회상한다"
그러나 정작 고생은 8~9년전부터다. 값싼 중국삼베가 들어와 상포(喪布) 시장을 완전히 잠식해 버린것
이때 40여명의 선배·동료들이 베전골을 속속 뜨고 이씨도 장사를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을 수없이했다.
오늘의 자신을 있게 한 안동포와 베전골, 조건없이 도와줬던 선배들의 고마움을 외면 할 수 없어'예천상회' 간판을 내리지 않고 이웃한 다섯 베가게와 함께 베 필을 만진다.
"요즘은 혼수용 도포감으로 몇자 팔아 적자 메우기도 급급하지만 안동포 가업 전승과 길쌈 농가를 생각, 장사합니다."
베전골은 물론 자신과 같은 중간상인이 없으면 유통체계가 붕괴돼 안동포의 제값받기가 불가능해지고 결국 사라지고 만다는 설명이다.
〈안동·鄭敬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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