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國難에 반도체 스파이라니

국내의 최첨단 반도체기술을 후발국 대만에 빼돌린 '산업스파이'사건은 외환위기로국난(國難)에 빠진 국가의 산업근간을 뿌리채 흔든 매국(賣國)행위나 다름없다.더욱이 외화부족으로 IMF관리체제로 접어 들면서 국내 산업기반이 거의 전멸하다시피 쓰러지고 있는 판국에 적발된 산업스파이사건은 심한 고통을 겪고 있는 온 국민들의 뒤통수를 후려치는 충격과 분노를 함께 느끼게 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절체절명의 외환위기고비를 바로 엊그제 외채상환조건타결로 겨우 한숨 돌리고 이제 우리가 살아남는 길은 불요불급한 수입은 자제하고 수출매진밖에없다는데 국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다시 시작하자는 분위기가 무르익는 형국이다. 이런 분위기에 이번 산업스파이사건은 소금을 뿌리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나라를 거덜내자는 소행이나 다름없다. 더욱이 반도체는 우리기술이 세계적인 우위를점하며 앞으로도 계속 수출 주종목으로 IMF체제극복의 유일 대안으로 우리가 탄탄히 믿고 있는 분야이다. 물론 경쟁국인 일본이나 미국이 덤핑공세로 우리를 따돌리려고 하는 바람에 값이 떨어져 최근엔 곤경에 처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우리기술력이 개척한 수출선봉장임엔 틀림없다. 특히 이번에 문제된 64메가D램3세대 기술은우리들에겐 특별한 의미를 지닌 반도체기술이다. 경쟁국인 일본이 국내사정으로 64메가D램생산체제가 미흡해 증산에 차질이 예상되는 반면 우리는 삼성·LG등 대기업들이 금년에 대량생산체제로 접어들어 올해만 1백60억달러수출목표를 잡고 있는터였다. 무역수지의 흑자기조에 크게 기여할 그야말로 효자중의 효자로 치부하고있었던 셈이다. 이 수출기반을 토대로 생긴 자금으로 차세대 반도체인 2백56메가D램이나 1기가D램생산 프로젝트에 적극 투입, 반도체기술의 독자기반구축이란 거대목표를 세우고 있었다.

이런 중차대한 시점에서 후발국 대만에게 그것도 우리나라 굴지의 산업연구원들이64메가D램의 핵심기술을 빼돌리는 바람에 미래에 까지 우리의 반도체산업을 망쳐놓은 것이나 다름없다. 그것도 매월 10만달러공세에 이런짓들을 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게다가 월수 5백만원등의 조건에 삼성·LG반도체의 전·현직 연구원들이매수가 돼 기밀을 빼돌렸다는 사실은 그들 개개인의 문제도 있지만 그들 기술진들을 관리해야할 기업에도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 우선 기술누출위험가능성을 늘염두에 두고 그에 대한 보안문제와 함께 인력관리도 제대로 했어야 했다. 현재 적발된 16명외에 훨씬 더 고도기술을 유출시킨 혐의자가 10여명이나 된다니 국가차원에서 대책을 강구해야할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고급기술인력관리와 국가산업기밀 전반에 대한 특별대책수립이 절실함을 이번 사건은 교훈으로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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