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강장(强將)밑에 약졸(弱卒)없다'는 옛말이 새삼 생각나는 요즘이다. 변변찮은 옷가지를 걸치고 IMF한파속에 떨고 서 있자니 무엇하나 긍정적으로 보이진 않고 모든것이 부정적으로 보인다. 미국언론이 김영삼대통령을 두고 "대통령재목으로선 함량미달"이라고 했을때 국민된 심정으로선 화가 치밀었는데 돌아가는 나라꼴을 보니수긍이 간다. ▲오늘 아침 산케이신문은 "YS는 클린턴과 매우 친하다고 착각한 나머지 미국정책을 움직이는데 실패했다. 클린턴은 YS가 생각한만큼 친하지 않다"고약을 올리고 있다. 곰곰 생각해보면 외국언론들로부터 '함량미달'로 취급을 받고 있는 지도자도 물론 문제려니와 그를 떠받들고 있는 참모들도 하나같이 '미꾸라지'아니면 '오리발'의 명수들이어서 터지는 분통을 억누를 수가 없다. 따지고 보면 결국 졸장(卒將)이 졸병(卒兵)을 키운 셈이다. ▲나라의 경제가 국가부도위기로 치달아도 누구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국민회의소속 장재식의원은 1년전 재경원과한국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환란(換亂)을 경고했지만 관료들은 반도체특수에만눈이 멀어 대통령에게 '끄떡없다'는 보고만 올려댔다. 새정부가 감사원을 동원하여책임소재를 따지자 권영해안기부장이 "작년 10월 두차례에 걸쳐 외환위기에 대한보고를 했다"고 들고 나섰다. ▲사태가 급박하게 조여오자 그동안 묵언으로 일관하던 강경식전부총리가 "작년 3월 취임때부터 외환위기상황을 알았으나 역부족이었다"고 털어놨다. 가까운 일본에서는 뇌물도 아닌 골프와 요정접대를 받은 대장성관료와 도로공단간부가 책임을 통감하고 자살을 했는데 우리관료들은 정말 의연하고 과묵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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