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때인 고교시절에는 누구나 그렇듯이 나도 여학생들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당시 대구에는 신명여고생들이 인기가 있었다. 머리글자를 따 SM이라 불리던 신명여고는 다른 여학교와 달리 교복에 허리띠를 매고 다녀 산뜻한 이미지로 남학생들의 시선을 끌었다.그런데 시합하러 서울에 가서 보니 서울 여고생들은 두발도 자유롭고 옷차림도 이만저만 세련된게 아니었다.
고교 2년때부터 나는 스타플레이어로 각광을 받아 팬들이 많았는데 그해봄 어느 시합때 머리를길게 기른 예쁜 여학생이 숙소로 찾아왔다.
선수들은 외출이 금지됐지만 몰래 월장을 해서 나가보니 친구들 서너명과 함께였다. 순진했던 나는 쑥스러워 말도 제대로 건네지 못하면서도 여학생들에게 둘러싸여 넋이 반쯤 나간채 덕수궁을거쳐 남산까지 이들과 데이트를 했다.
시간가는줄 모르고 놀다보니 어느듯 해가 저물어 부랴부랴 숙소로 돌아와보니 난리가 나있었다.오후내내 보이지않자 학교에서는 내가 납치된줄 알고 경찰은 물론 신문사와 방송국으로 연락해 "대구상고 이만수선수의 행방을 아는 사람은 연락을 바란다"고 방송까지 나간 터였다.서울여학생 때문에 한바탕 홍역을 치렀지만 대구에서는 뜻하지 않는 사건으로 여학생들 사이에명성을 날렸다.
예전에는 담티고개 너머 고산 일대가 딸기밭으로 학생들이 야유회를 많이 갔다. 어느 봄날 야구부친구들과 어울려 이곳에 놀러갔는데 갑자기 여자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나와 친구 몇명이 달려가보니 여학생 한명이 20대 전후의 남자들에게 둘러싸여 희롱을 당하고 있었다.운동선수 기질에 여학생들까지 있으니 물러설 수 없어 친구들과 합세해 이들을 쫓아버렸다. 그 여학생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감사의 인사를 받고있는데 도망갔던 이들이 낫과 몽둥이로 무장한채패거리를 몰고와 일대 난투극이 벌어졌다. 알고보니 그들은 일대 깡패였는데 우리는 코뼈가 부러지고 여러명이 피를 흘리며 수세에 몰렸으나 여학생들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해 간신히 봉변은 면할 수 있었다.
이후 이 사실이 소문이 나 "대구상고 야구부는 정말 멋쟁이다"는 칭송을 듣고 그 여학생들의 모교이던 남산여고 개교기념일에 초대돼 성대한 환영을 받기도 했다.
〈정리·許政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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