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IMF시대 달라지는 가정풍속도

IMF가 정(情)에 치우친 우리네 생활의 과시적·낭비적 요소에 급브레이크를 걸면서 돌잔치나 결혼기념일 등 가정 풍속도가 빠르게 변화되고 있다.

금모아 나라를 살리자는 판에 돌반지 얘기는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으며, 장수시대에 돌잔치는 난센스라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다. 또 부모 결혼기념일에 아들딸이 선물 대신 정성스레 만든 저녁상을 차리는 신풍속도도 생겨나고 있으며, 아주 가까운 친지들만 모여 혼사를 치르자는 움직임도 생겨나고 있다.

북구 중석타운 김기호씨(38·김기호한의원장)와 이연호씨(32) 부부는 지난 3일 아들의 돌잔치를양가 부모님만 모시고 간소하게 치렀다. 미역국을 준비하고 장모(김정순씨)가 해온 시루떡으로 돌상을 차렸다.

"IMF인데 주위에 신세를 져서는 안되겠고, 그렇다고 그냥 넘어가긴 섭섭해서 국과 떡만 준비했다"는 며느리 이씨는 시어머니(문신자씨·신천초등학교장)로부터 "참 잘했다"는 칭찬을 듣고 생활속거품빼기를 가속화하려고 마음을 다잡았다.

주부 신경숙씨(칠곡 미래타운 201동)는 딸 민정이의 돌날 직장 후배들로부터 고운 글과 그림이 담긴 '엽서 벽걸이'를 선물받았다. 주명옥, 이명숙, 이은경씨 등 5명은 예쁜 소녀가 그려진 엽서에민정이가 맑고 곱게 자라길 기원하는 엽서 펜던트로 평생 간직할 마음의 선물을 전했다.김은식씨(42·북구 관음동 호산유도체육관장)는 아내(유기화씨·세강병원 간호감독)와 마음이 담긴 편지를 통해 결혼 생활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어, IMF 파고를 넘길 수 있는 부부애의 한 전형을 보여준다. 유씨는 혼수함안에 아들을 잘 키워 인연을 맺게 해주시니 감사하며 마음맞춰 잘 살겠다는 편지를 시어머니(정해월씨·67) 앞으로 보냈고, 시어머니 정씨도 며느리의 편지를 마음의보석상자로 간직하고 다녔다. 유씨는 남편과의 결혼기념일에도 꼭 사랑의 편지를 잊지않고, 조카들 생일날에도 도서상품권을 챙기며 꼼꼼한 사랑으로 경제한파를 넘는 용기를 살려가고 있다.강정아(중앙대 4) 강효시(계명대 생활과학대 2) 강명구군(대구고 2년)은 스파게티와 제일 작은 케이크로 부모님의 결혼기념일상을 차리고 설거지까지 마쳐 집안의 우애를 다졌다.한별유치원 이순종원장은 "아이디어만 살리면 구태여 IMF한파 때문이 아니더라도 생활전반의 합리성을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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