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현장보고-세일즈맨의 비애

판매실적당 수입이 '최저 생계비' 이하로 떨어져 직장을 그만두는 세일즈맨들이 늘고있다. 간신히직장에 남아 있는 이들도 판매실적 저조로 해고 대상이 될까봐 전전긍긍 하고 가계가 파산상태에이르는 등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대학 졸업 뒤 2년 동안 생명보험 설계사로 일하던 김모씨(26·여)는 얼마전 스스로 직장을 그만뒀다. 지난달 실수입이 10만원도 안돼 계속 직장을 다니기 어려웠기 때문. 발이 붓도록 뛰어 다녔지만 보험을 해약 하겠다는 사람뿐, 신규 계약자는 없어 판매실적이 형편없이 떨어졌다. 김씨는 "실직자나 감봉 직장인에게 보험에 가입하란 말을 꺼내기가 너무나 힘들었다"고 했다. 같은 이유로보험설계사를 그만둔 동료들이 많다고도 했다.

손해보험 회사 대리점을 하는 신모씨(42)는 2백만~3백만원이던 한달 수입이 올들어 1백만원으로줄어 '전직'을 모색하고 있다. 신씨는 "자동차가 안팔려 보험 신규 가입자가 없는데다 실직·미취업자들이 상당수 보험 모집인으로 나서 연고 판매에 치중하는 바람에 해약자가 속출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영업사원인 이모씨(35)는 요즘 고객들을 만나서도 "차를 사달라"는 얘기를 못하고 있다.자동차 대신 세상 돌아가는 얘기나 나누다 회사에 돌아오는 날이 많다. 지난해엔 한달에 15~20대의 승용차를 판매했던 이씨가 지난달에 판 차는 경승용차와 LPG 차량 등 겨우 3대. 수입이 크게줄었지만 이씨는 동료들에 비해 그래도 형편이 나은 편. 동료 중 30~40%%가 한달 동안 차를 한대도 팔지 못해 윗사람의 눈치를 살피는데 급급하다. 회사 다니기 힘들다며 직장을 뛰쳐나간 동료들도 적지 않다.

영업사원 정모씨(37)는 회사측이 조만간 정리해고를 단행할 것이란 얘기를 듣고 미수금이 많다는이유로 잘릴까봐 미수금 회수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정씨는 "미수금 때문에 정리해고를 당하면당신들이 책임지라며 거래처에 협박반 애원반으로 사정해 미수금을 대폭 줄이고 있다"고 했다. 정씨는 "판매실적이 떨어지고 수입이 줄어 회사와 가정에서 심한 압박에 시달려 당장 그만두고 싶지만 회사를 나갈 경우 뾰족한 대책이 없어 속으로만 끙끙 앓는다"고 했다.

〈李大現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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