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대 동서양 교류사 재조명

마르코 폴로가 서양에 동양을 소개하기전에도 동서양의 교류는 있었을까.

결론은 극서의 로마에서 극동의 중국까지 동서양의 물질과 사상은 자유로운 교류가 이뤄졌다. '동방견문록'이 나오기 1천1백년전의 일이다.

최근 한국어로 번역출간된 프랑스 역사가 장 노엘 로베르의 '로마에서 중국까지'(이산 펴냄)는 고대 동서양의 교류사를 정리, 이같은 궁금증을 풀어준다.

저자 로베르는 역사상 동서의 첫 만남은 당시 세계를 분할하고 있던 4개의 대제국 로마, 파르티아, 쿠샨, 중국의 평화와 공존아래 이뤄졌다는 전제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후한서'의 기록에 로마황제 마르쿠스 아우엘리우스의 사신이 중국 후한의 환제(桓帝)를 방문했다는짤막한 기록이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서기 166년. 로마인들이 역사상 처음으로 해로를 통해 중국에 발을 디딘 해다.

"대진(로마)의 왕은 중국에 사신을 파견하기를 항상 희망했다. 그러나 국교는 이뤄지지 않았다. 왜냐하면 파르티아인들이 중국과의 무역을 독점하려 했기 때문이다". 후한서의 기록처럼로마인들은 이미 파르티아인, 인도인과 교역하고 있음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지금의 통념처럼 당시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하는 것이 아니라 동방과의 교류를 원활히 할 수 있는 방향,곧 오리엔트로 집중되어 있었다는 것을 적시한 것도 눈길을 끈다.

저자는 동양과 서양을 연결하는 가장 중요한 관문인 알렉산드리아와 팔미라의 흥망성쇠를마치 한편의 드라마틱한 역사소설처럼 그려나가거나 육로와 해로로 이어진 실크로드를 따라가는 여행에 독자를 초대하기도 한다. 생사의 고비를 수없이 넘나들지 않고서는 완주할 수없는 험난한 여정에 도전한 사람들의 면모와 여행중에 겪게 되는 체험담은 흥미를 끌기에충분하다. 특히 현장의 '대당서역기'를 압축한 이야기는 백미로 손꼽힌다.

그렇다면 고대사람들은 과연 무엇을 찾아서 이처럼 무모한 여행을 했는지를 로베르는 이 책에서 추적해간다. 동서양의 교류를 촉발시킨 가장 중요한 상품들인 비단과 향료와 같은 사치품이 로마경제에, 나아가 로마인들의 물질적인 생활과 의식에 어떤 변화를 초래했는지 분석한다. 여기에 멈추지 않고 물질적인 필요에서 시작된 동서의 교류가 궁극적으로 동서양의정신세계를 변화시켰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예술과 종교, 상징이라는 세가지 주제로 동서양의 문화가 주고받은 영향을 비교하면서 고대문명이 최고로 발전할 수 있었던 원인이 어디에있는지를 밝히고 있다.

'로마에서 중국까지'는 서구인답지 않게 기존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있는 것이 특징이다.은연중에 서양고대사를 미화하는 것과 달리 고대 동서양을 모두 포괄, 고대 세계전체를 아우르고 있다. 황제나 귀족이 아닌 경제와 문화를 떠받치고 창조한 수많은 상인들, 예술가들,직인들의 이야기를 담아 지배자의 역사로만 인식되어온 고대사를 새롭게 조명한 것은 이 책이 지닌 가장 큰 미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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