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진료실서 피우는 고전의 향기

어려운 경제로 마음마저 각박해지기 쉬운 요즘 바쁜 일상을 쪼개 동양고전의 유장한 멋과깊은 맛을 찾는 사람들이 있어 망중한을 느끼게 한다.

매주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의 이른 아침,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의 조&박 신경정신과 진료실에서는 낭랑하게 한문읽는 소리가 난다. 신경정신과 전문의 조호철씨가 지도하는 고전공부모임. 일찌감치 아침식사준비를 끝내고 부지런히 달려온 맹렬여성들이 주축을 이룬다. 많을때 열댓명, 적을땐 7~8명. 10년이상 공부해온 사람도 있고 2~3년된 사람들도 있다. 사서삼경과 심경, 도덕경 등을 거쳐 요즘은 주역을 공부한다. 올해내로 주역을 떼고 예기로 들어갈계획. 고전공부모임의 회원인 계명대 유가효교수(가정관리학)는 "한문공부도 하고 동양고전속에 녹아든 선현들의 지혜와 삶의 지침들을 배울 수 있어 여러모로 유익하다"고 말했다.한편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의 저녁반은 주로 중국문학이나 국문학 등 전공교수나 의사 등전문직종의 남성들이 주류를 이룬다. 지난 84년부터 동양고전에 관심많은 사람끼리 스터디그룹 형식으로 모이기 시작, 3년전부터는 동양고전연구소(소장 이장우 영남대교수.754-0025~6) 번역위원회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곳을 거쳐갔거나 적을두고 있는 사람은 2백명정도. 그러나 이미 상당한 수준에 도달한 회원들간의 실력차이로 도중하차하는 경우도 적지않다. 현재 대학을 공부하며 특히 세주(細註: 자세한 주석)를 다는작업에 중점을 두고 있다.

동양철학이나 문학 등에 관심많은 일반시민을 위해서는 지난해부터 '동양고전강좌'를 개설,연 2기씩 16주과정(매주 목요일)으로 대우아트홀에서 열고 있다. 논어, 주역, 생활중국어, 기초한문 등을 각 대학 전공교수와 강사들이 가르치며, 제3기강좌가 지난 2일 개강했다.〈全敬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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