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시대에 미술계도 예외없이 불황의 된서리를 맞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이런 시기에 열리는 전시회는 '빈곤속의 풍요로움'으로 한결 돋보인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봄이 와도 봄같지 않은)의 요즘 대구화랑가에선 현대미술전문화랑인 시공갤러리의 신춘기획전(22일까지)이 미술애호가들의 갈증을 축여주는 전시회로 눈길을 끈다.최병소, 홍현기, 이향미, 김호득씨 등 중견 서양화가들이 독자적인 실험정신과 작업열정으로 가득찬 노작들을 선보이고 있어 전시회 고갈의 신춘 지역 미술계에 한가닥 활력소가 되고 있다.지난해 국제적 견본시인 FIAC전에 출품, 해외 미술인들로부터 독창적인 작품성을 인정받은 최병소씨는 20여년간 끈질기게 천착해오고 있는 '지우기'작업을 통해 그의 작가적 역량을 재확인케한다. 신문지를 검은 볼펜이나 연필로 무수히 지움으로써 원래의 흔적은 완벽하게 사라지고 닳고닳아 구멍이 생기고 찢어지고 균열이 생기는 새로운 흔적을 남긴 '무제(無題)'연작을 선보이고 있다.
검은색에서 시작과 끝의 동시성을 찾는 홍현기씨는 위에서 아래로 흘러내리는 과정속에 무수히중첩되는 카본 블랙의 반점들을 통해 카오스(혼돈)와 질서의 양면성을 보여주는 '신화-내재율'연작을 출품했다.
이향미씨는 검정일색의 대형화면위에 분홍, 초록, 파랑 등 미묘한 색감의 막대 10여개와 음악적리듬을 연상시키는 평면작품을 걸쳐둠으로써 컬러리스트로서의 면모와 함께 공간변화가 주는 조형미와 역동성을 표출하고 있다.
한국화와 서양화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김호득씨는 화면을 반으로 나눈 흑과 백의 색감과공간의 조화, 옆으로 또는 한꺼번에 대여섯장씩 중첩된 화면으로 새로운 조형미를 시도하는 한편묵(墨)이 주는 유장함과 긴장감을 활달한 필치로 담은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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