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말화제-고민 해결사 영원한 '젊은 오빠'

월배여중 지도상담주임 김용보 교사(61)는 '젊은 오빠''용보 오빠'로 통한다. 이순(耳順)의 나이에도 학생들이 말못할 고민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선생님이기 때문에 붙여진 별명. 담임교사에게도 얘기 못하는 고민을 용보오빠에게는 털어놓는다. 심지어 언제 가출했으면 좋겠다는 상담(?)까지 할 정도다. 용보오빠와 한번 상담한 학생들은 다시 만나면 어디서나 서슴없이 팔짱을 낄 정도로 허물없어 한다.

학생들이 두렵게 느끼기 쉬운 지도상담실이 '놀이터'로 바뀌었다.

지난 76년 '교도교사' 자격증을 따면서 학생 지도상담과 인연을 맺게 된 김교사도 한때는 호통과야구배트로 무장했던 '호랑이 선생님'.

"아이들의 이야기를 무조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용서하고 같이 놀아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아이들이 마음의 문을 엽니다" 김교사 나름대로의 대화법.

이진희교사(3학년주임)는 "문제 학생도 일단 학교만 나오면 어떻게든 바로잡을 수 있다는 신념을가진 사람이 김교사"라고 말했다.

지난 96년엔 가출한 경험이 있는 이 학교 학생 10명을 모아 '라일락반'을 만들어 매주 토요일마다 오전엔 대화 시간을 갖고 오후엔 팔공산·앞산·전시회·공원 등을 함께 찾았다. 성적이나 진로는 물론 성문제나 가출충동까지 터놓고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사제간 신뢰가 싹텄다. 이중 8명은 무사히 고등학교로 진학했다. 어쩔 수 없이 자퇴를 한 2명도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김교사를찾곤한다.

"교사는 학생들을 바른 길로 인도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학생들을 이해해야 합니다"

이것은 김교사가 여중생 4명의 동반 투신자살을 낳은 대화 부재의 한국 교육 풍토에 대해 내놓은대안이다.

〈李宗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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