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대학생 1백여명과 세상이야기를 하는 자리에서 나온 첫 질문은 '지 역언론사나 기업체가 올해도 신입사원을 뽑느냐'는 것이었다. 대답은 뻔했 다. 언론사에 알아볼것도 없고 기업에 물어볼것도 없이 '없다'는 대답이 나 올수 밖에 없고 학생들도 해답을 몰라서 묻는 심정이 아니었다. 뻔히 알면서 도 한번 물어나보는 딱한 질문이었다.
전통적인 교육도시요 대학도시라는 우리지역 대졸생과 졸업예정자들의 취 업고통은 지역경제의 붕괴로 인천, 광주, 부산, 대전 같은 대도시의 대학생 들보다 몇배 더 심각하다 전국 국세(國稅)징수액 규모로 볼때 지역내 기업등 이 내는 세금은 전체국가세수의 불과 4%선. 그것도 최근 지역내 기업법인세 의 자진신고세액은 30억원으로 한해전 1천 3백억원의 3%도 안되는 상황이 돼 있다. 한마디로 대구경북경제는 숨거두기 직전의 빈사상태다.
지역언론사등도 일부는 몇달째 월급 한푼 안받고 자원봉사 체제로 끌고가 는 힘겨운 상황이고 그나마 굴러가는 신문방송사들도 20~50%의 실질 임금 삭 감에도 불구하고 부채는 늘어나고 있다. 쓰러진 건설회사들은 화의신청을 목 빠지게 기다리지만 법원의 판결태도를 보면 희망적인 것도 아니다.
우리젊은이들로서는 태어난 고향땅의 어디를 둘러봐도 절망적인 그림자만 보인다. 국가든 지역사회든 희망적인 미래는 젊은 세대들에게 창조적인 일자 리와 역할을 맡겨주고 새물을 계속 흘려넣어야 호수가 썩지 않듯이 끊임없이 새로운 인재들의 맥을 이어 주면서 길러내야만 사회 전체의 생명력이 왕성하 게 유지돼갈수 있다. 일부대기업이나 지역 기업들이 지금 당장 살고봐야한다 는 기업회생에만 정신이 쏠린 나머지 신입사원 채용의 맥을 근원적으로 끊고 있는것은 '언젠가 후회하게될 실수'를 저지르는 짓이다.
이 IMF상황에 신입사원채용 얘기를 하면 당장 있는 사람도 잘라내는 판인 데 무슨 형편으로 사원신규채용을 하라는 얘기냐는 볼멘 주장을 할지 모른 다. 그러나 일부 지역기업을 비판적으로 보자면 모든 '탓'을 IMF에게만 미루 고 넘어갈 일도 아닌 부분이 없지 않다. 다시 말해 신진등용도 못할만큼 기 업사정이 어렵게된 원인이 IMF탓만이 아닌 기업 스스로의 과오에도 책임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청구, 보성을 비롯해 ㅇ, ㅅ 등 건설업체나 일부언론사 경우는 모기업의 정통성이나 전문성을 벗어나 별종 신설계열사를 방만하게 떠벌여 나가다 IMF의 충격파를 더 크게 입은 부분이 없지 않았다는 여론이 있음을 부인 할수 없다.
문어발식 재벌 흉내를 내기보다 지역경제를 먼저 생각하고 한우물이라도 제대로 파면서 웬만한 외풍에 흔들리지 않을 만큼 뿌리 깊은 거목이 된뒤에 서서히 계열기업들을 벌여나갔더라면 지역경제를 이지경으로 파탄내지는 않 았을것이란 겸허한 반성도 있어야 한다. IMF사태가 오자마자 한두달도 못견 디고 화의 신청의 백기(白旗)부터 들고 고락을 같이 했던 기업가족들을 거리 로 내몰 정도의 취약하고 부실한 기업이란 부끄러움과 함께 지역 덕분에 그 만큼이나 성장했으면서도 지역 청년들의 앞길을 열어주지 못한것은 분명 자 책해야 할 과오다.
우리의 젊은이들은 이제 갈길이 없다. 이미 정부투자공기업들도 신규채용 을 않는다고 발표했다. 연간 매출액이 수조(兆)원을 넘는 공사(公社)들이 차 세대 졸업생들을 단한명도 뽑지 않고 실업자로 만들면서 자기들만 최소 구조 조정으로 살아남겠다는것은 염치없는 태도다. 물이 떨어져가는 사막의 전장 (戰場)에서 마지막 남은 야전물통의 물을 먼저 젊은 소대원들에게 넘겨주는 소대장과 저혼자 마시는 소대장이 있을때 어느쪽 소대의 전투력이 강할것인 가는 상식이다.
대기업, 공사, 지역기업들은 신입사원 채용을 회피하지말것을 권유한다. 대형공사들은 구조조정을 0.1%만 더해도 신입사원 50명은 채용할수 있지 않 은가. 젊은 세대에게 희망과 꿈을 꺾어놓고 사회구조조정을 아무리해봤자 그 사회조직은 건실하게 살아나갈수 없다. 미래를 파묻고 나혼자 사는것은 사는 것이 아니라 곧 죽는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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