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부모빚 채권자 학교까지 찾아와

"학교 가기가 싫어요"

대구시 서구의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김모군(11)은 요즘 학교 가기가 겁난다고 했다. 자그마한가게를 운영하면서 진 수천만원대의 빚 때문에 지난 2월 가출한 아버지를 찾는다며 집까지 찾아와 김군을 다그치곤 하던 40대 아저씨가 얼마전 학교까지 찾아왔기 때문이다. 그 아저씨는 귀가중이던 김군의 뒤를 밟다 집에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어디론가 사라졌다.최근 빚을 갚지못해 도피하는 채무자들이 늘어나면서 채권자들이 집에 남은 자녀들을 압박하거나심지어 학교로 찾아가 부모의 소재를 추궁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대구시 서구 ㅂ초등학교의 경우 채권자가 학생들의 신원을 전화로 문의하거나 교무실로 찾아와직접 만나기를 요구하는 사례가 일주일에 적어도 1~2건 발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채권자들의 미행 등이 두려워 무단결석하거나 아예 가출한 학생들도 있다는 것.

대구시 ㅎ중학교의 박모군(16)은 부모가 부도를 내고 두달째 집을 비우고있는 가운데 채권자들이 매일 하교 때 학교 앞에 나와 기다리는 바람에 이달 15일 가출, 지금까지 행방을 모르는 상태다.

또 대구시의 모 여중에 다니는 권모양(15)의 경우 심부름센터 직원이 학교로 권양을 찾아와 친구들이 보고 있는 가운데 부모의 소재를 추궁하자 수치심 때문에 일주일 전부터 학교에 나오지않고 있다.

이 학교 김모 교사(35)는 "요즘 교내 학생들 사이에 어른들의 채권-채무 시비가 자주 화제가 되고 있다"며 "학교측에서는 학생보호 차원에서 채권자들을 차단하고 있으나 원천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李宗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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