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매미들의 합창

5년전의 일이다. 뉴욕 브로드웨이 한 극장에서 필자는 테네시 윌리엄즈의 희곡 '카미노 리얼'을 공연하고 있었다. 보통 40달러 이상하는 연극인지라 극장에는 희끗희끗한 백발의 노인들은 물론 점잖은 관객들로 가득차 있었다. 맥시코의 시골에서 한 미국인이 겪게되는 이연극은 진지하다 못해 비장했고 극장은 사뭇 숙연한 기운까지 감돌았다.

한 20여분 지났을까? 조용한 극장 안에서 갑자기 아주 작은 매미(?)소리가 객석 앞자리에서흘러나왔다. 공연하고 있던 우리 배우들은 물론이고 관객들은 정말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바로 그 매미는 다름아닌 한 관객의 코고는 소리였던 것이다. 나중에그 관객은 얼굴을 들지 못하고 공연장을 빠져나갔다. 자신이 저지른 창피함 때문이었을 것이다.

필자는 그 공연을 끝으로 16년의 해외생활을 청산하고 고국무대로 돌아왔다. 그때마다 필자는 이번에는 정말 어처구니 없는 한국적 매미부대들(?)과 싸워야 하는 것이다. 어떤때는 공연을 중단하고 싶을 정도다. 한참 극이 무르익어 배우나 관객이 몰입 되어야 하는 장면에느닷없이 삐삐나 핸드폰이 정적을 깨고 마는 것이다. 어떤 공연엔 계속 네다섯번이나 울린적도 있다. 정말 세계에 유래없는 우리 공연장의 진풍경이다. 아마 외국에서 이런 일이 그것도 매공연마다 일어난다면 어찌될까.

수천편의 연극을 서구는 물론 아프리카에서도 보아왔지만 공연장에서 코고는 소리가 아닌삐삐나 핸드폰 소리를 들어본 적은 없다.

시절은 여름으로 치닫고 있다. 이번 여름엔 극장에서 매미소리가 사라질수 있을까 은근히기대해 본다.

〈대경대교수·연극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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