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학은 80년대 이후 경쟁적으로 시설 투자와 건물 짓기에만 급급
하면서 질적 상승보다는 양적 성장에만 치중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변화하는 사회가 요구하는 인적 자원을 공급하는데도 성공했다고 하기는 어
렵다. 대학 졸업자들이 충분한 전문지식을 갖추지 않고도 직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거품경제의 덕택이었는지 모른다.
그럼에도 경제대란으로 사회가 급변하는 가운데 대학들은 아직도 거품을
걷어내고 새길 트기를 하려는 의지가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대학경영에 있
어서도 마인드가 부족하고 운영방식이 관료화돼 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한다.
그같은 사례의 하나가 감투자리 늘리기와 감투(보직) 차지하기 경쟁현상을
들수 있다. 이때문에 학문연구라는 본분은 뒷전으로 밀리는 인상도 씻지 못
하게 한다. 대학에 보직교수가 전체 교수의 3분의1이나 된다는 사실 하나만
보더라도 그 실상을 알 수 있다. 재단이나 직선총장이 보직을 논공행상에 따
라 배분하고, 교수들도 급여와 연금, 수업 감면 등의 혜택을 바라보고 보직
을 선호하는 경향이라니 한심하다.
교육부의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학의 교수 보직 비율이 국공립대
29.5%, 사립대는 29.2%나 된다. 심지어는 50%가 훨씬 넘는 대학마저 있어 미
국 메릴랜드대의 9.2%, 일본 동경대의 3.4%에 비하면 터무니없을 정도다. 이
같이 보직교수를 양산하고 있는 이유는 부학장이나 학장보와 같은 '부.보'의
직제 신설이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서울대의 경우 1천4백70명의 전임교수
중 2백90여명(21%)이 보직을 맡고 있다. 학장, 처장, 학과장 등 국립대학교
설치령에 따른 보직 이외에 학교가 임의로 신설한 부학장, 부처장, 비법정
연구소장 등만도 60여명에 이른다. 이들은 주당 법정 강의시간(10시간)을 다
채우지 않고, 4~8시간만 강의하도록 돼 있어 시간강사를 대거 채용, 정규수
업을 채우기 때문에 대학의 재정부담이 커지고 교육의 질도 떨어지는 결과를
낳고 있다. 교육활동에 필요한 보직 외에는 교직원이 맡고, 나머지는 일반직
원들이 맡아야 마땅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경제난국과 사회변동에 따라 대학도 이젠 개혁을 서둘러야 할 때다. 경제
위기 속에서 대학이 살아남고 질적인 성장을 하려면 지금까지의 안이한 꿈에
서 깨어나야만 한다. 거품을 빼고 체중을 줄이면서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 특
성화를 지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이 시대와 미래가 요구하는 인적 자원
을 길러낼 수 있는 길을 적극 찾아나서야 할 것이다. 교수들도 전공이기주
의, 보직 나눠갖기보다는 학문연구의 본분에 더욱 충실해주기를 바란다.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