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시내버스 노선-졸속행정인가 홍보부족인가

대구시내버스 노선이 또다시 부분개편된다. 대구시는 지난5일 95개 시내버스노선을 개편하면서 '운행해가면서 시민들의 불편사항이나 의견들을 수렴해 보완, 재조정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시행 9일만에 2번씩이나 조정한데는 노선조정이 졸속개편이었거나 시민에 대한 홍보가 부족했음을 반증하는 증거로 충분하다. 여기다 시민들의 요구사항을 모두수렴한다면 직선화한다는 대원칙이 흔들릴 우려마저 있다.

대구의 시내버스는 대구전체 대중교통의 53.4%를 맡아왔고 지하철 1호선이 개통된 뒤에도46%라는 높은 수송분담률을 보이고있다. 자가용이 고작 12.8%의 수송분담능력을 갖는데 비하면 그야말로 '대중교통의 뿌리'이다. 그런 버스노선 95개를 일시에 바꿨다. 그것도 번호까지 모두 교체했으니 기존 대중교통질서를 송두리째 뒤흔든 '대중교통의 혁명'이다. 이런 엄청난 시도를 노선개편안 확정과 동시에 시행에 들어갔으니 혼란은 당연했다.

'장대(長大)'와 '굴곡(屈曲)'으로 대표되던 대구시내버스의 문제점은 96년 버스노선 개편을위한 용역을 맡기면서 개혁이 시작됐고 이번에 결실(?)을 맺은 것이다. 지난해 11월 지하철1호선 부분개통에 맞춰 개편하려했으나 번번이 버스업자들의 반대에 부딪혔다.신학기에 시행하자, 지하철 전면개통때 하자, 다시 여름방학때 하자…. 업자들의 연기전략에맥을 잃었던 대구시는 지하철과 맞춰 전면개편때를 놓치면 또다시 노선개편은 표류하게 된다는 긴박감으로 개편을 단행했다. 아직 확정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버스노선 변경운행의날짜를 잡아둔 것이다. 그것이 지하철 개통이었다.

대구시가 버스노선 전면개편을 예고한 지 2년. 그러나 시민들에게 바뀐 노선과 그정류지 문제를 어떻게, 얼마나 알리려고 노력했는지는 되짚어봐야 한다. 불편을 싫어하는 시민들에게전면개편의 당위성을 설득하려 들지만 말고, 익숙해져 편리하다고 느끼고 있는 기존노선을변경함으로써 오는 개인적 불편을 도상(圖上)행정으로 편리하다고 강요해서는 안될 일이다.노선개편의 합리성과 이유가 납득 가능해야 한다.

또 시민들의 불평불만을 모두 수렴해 노선을 보완한다면 시내버스 노선은 연중 보완 개편되는 수난을 겪어야 한다. 잘못된 것은 고쳐져야 한다. 그러나 버스노선 개편이 왜 시작됐는지, 논의를 되돌릴수는 없는일이고보면 대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대중교통의 혁명이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 하는 기로에 섰다. 종전의 편리함을 최대한 보장해주면서 합리성을 함께추구하는 노선수정이어야 한다.

〈李敬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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