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IMF와 도서관

요즘 들어 도서관 이용자가 부쩍 늘고 있다.

얼마전 20대 후반의 한 남자가 정리해고를 당했다며 인사를 건넸다. 평소 잘 아는 30대 초반의 이용자도 며칠전 회사에 갔더니 책상이 치워지고 없었다며 "할 장사나 있는지 알아봐야겠어요"라며 쓴웃음을 짓는다. 중학교를 마치고 공장에서만 20여년을 지낸 이씨, 막노동하던 윤씨, 열심히 구직신청을 해도 나이가 많다고 접수조차 받아주지 않는다는 60대의 김씨…. 이들이 최근 도서관을 찾아와 잡지도 보고 신문도 보고, 하루를 소일하는 이용자들이다.우리 사회에서 실업자는 인생의 낙오자로 취급당한다. 그러나 이윤율과 실업률은 반비례한다는 기본적인 상식만 갖고 보더라도 실업의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부실경영, 과잉중복투자로 경제를 엉망으로 만든 것은 재벌이다. 또 정경유착과 부정부패를 일삼는 정치인과 행정관료, 무능한 금융관료 역시 경제위기의 책임자들이다.

우리 도서관을 찾는 이는 IMF 환란제공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들이다. 새벽같이 도시락 사서 버스타고, 작업현장으로 가던 사람들이다. 절약하라고 야단이지만 절약할 것도 없던사람들이다. 죄가 있다면 그늘에서 묵묵히 일만 했다는 것이리라.

도서관에 사람이 없어 애태우던 때도 많았다. 성인 1인당 한달 독서량이 책 1권도 넘지 못하는 통계가 우리의 부끄러운 현실임에랴.

'도서관 이용자 수의 증가는 사회적 힘의 신장'이란 공식이 절대적 진리가 아님을 발견한다.정보사회, 문화도시라는 말이 사치처럼 느껴지고, 도서관을 찾는 실업처지에 있는 이용자들도 전혀 반갑잖은 요즘이다.

그렇게 기다리던 이용자였지만, 요즘은 차라리 우리 도서관의 이용자들이 줄기를 바라는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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