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달서구 월성지구 아파트 33평에 사는 주부 최경자씨는 올들어 두번이나 아파트관리소로부터 설문조사지를 받아들었다. 현재의 중앙난방시스템을 지역난방으로 바꾸는게 어떠냐는 질문서였다. 처음에는 목돈이 든다고 반대하다가 두번째는 동의하고 말았다. IMF이후 다락같이 뛰어오른 기름값 때문에 난방비가 월 15만원을 육박하는데다가 내년에 기름값이 어떻게 될지 불안했기 때문이다. 그러잖아도 지난 겨울, 예년에 없이 춥게 살면서 결혼하고 처음으로 아이들한테 내복까지 입혔지 않았던가. 게다가 별도로 고지되는 온수비마저 t당 4천~5천원으로 뛰어올라 생활비부담이 만만찮아졌던 터라 그래도 다소 경기가 나을때 난방시설을 개수하는게 낫다고 결정, 지역난방에 찬성표를 던졌다.
그러나 월성단지 아파트를 전세놓고, 성서단지에 살고 있는 김경희씨는 설문지를 받아들고 갈등했다. 1층이어서 춥기는 했지만 당장 지역난방으로 바꾸면 1백만원 이상 목돈이 나간다. 그것도 당장 내가 사는 것도 아닌데라는 이기심도 꿈틀거렸다. 그러나 곧 마음을 고쳐먹었다.
"가뜩이나 전세값이 떨어지고,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운 판에 많이 나오는 관리비에 비해 집이 춥다고 나간다면 어떻게 하나"
손익 주판알을 튕겨본 김씨도 결국 시설 개보수쪽에 한표를 더했다. 집을 고쳐놓으면 결국, 시설 투자인셈이고, 그래도 덜 어려울때 난방문제를 해결해 놓아야 한다는데 생각이 미친 것이다.
중앙난방시스템을 택하고 있는 월성지구내 9개 아파트 단지 입주자들뿐만 아니라 같은 난방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는 아파트 주민들이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다. 바야흐로 IMF 이후 아파트문화에서 관리비 거품덜기가 핫 이슈로 등장한 것이다.
월성청구맨션의 경우 설문조사에서는 56%가, 1차 조사에서는 75%가 중앙난방을 지역난방으로 교체하는데 동의할 정도로 관리비 거품빼기는 민감한 사안으로 등장했다. "지역난방으로 교체한 효과가 어느정도의 관리비 절감으로 이어질지는 모르지만 두손놓고 추운겨울을 맞을 수는 없지요"
난방비 절감책 뿐 아니라 아파트관리사무실의 직원 감원 문제도 뜨거운 감자로 등장했다. '인건비 절감을 위해 한명이라도 내보내야한다'는 다급론자들이 있나하면, '그러다가 안전사고가 나면 누가 책임지지'라는 안전제일주의자들에다가 일부 아파트에서는 아예 라인별 초소를 없애고 동단위 초소만 운영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녹원맨션 아파트 부녀회가 전기절약으로 전국 대상을 수상한데 이어 많은 아파트들이 지하주차장의 메탈등을 삼파장램프로 교체하여 전기비를 대폭 줄이고 있다.
"앞집에 사는 사람이 지난밤에 자녀들까지 두고 야반도주를 해버렸어요"
일부 부도난 아파트 주민들이 야밤에 도망치는 진풍경도 IMF가 빚어냈고, 적지않은 아파트에서 관리비 미납 현상이 급증하고 있다.
건강을 위해 오래전부터 아침산을 타던 단골 산(山)주부들이 가기 민망할 정도로 산을 타는 신출내기 주부들이 무더기로 늘고 있어, 남편 출근과 자녀등교가 끝난 오전 8시~8시30분 사이만 되면 아파트 구내에는 삼삼오오 산주부들의 짝짓기도 분주하다.
여성 아파트 관리소장 윤헌숙씨는 출근 후, "어, 왜 아무도 안나갔지?"할 정도로 일주일에 한두번씩 아파트 마당에 차가 가득찬 걸 본다. IMF가 시작되고 처음 몇달간은 오른 기름값 때문에, 최근에는 지하철 1호선이 완전 개통되면서 젊은층의 차량 운행이 확 줄었기 때문이라나.
〈崔美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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