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하르토 "고립무원"

미국이 20일 수하르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사임을 거의 노골적으로 촉구하고 인도네시아의회 의장과 집권당도 수하르토에게 등을 돌림으로써 인도네시아 사태는 큰 전기를 맞고 있다.

이제까지 수하르토에 대한 계속적인 지지를 시사해왔던 미국은 20일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인도네시아 수하르토 대통령에게 '정치인다운 역사적 행동'을 취하라고 촉구함으로써 태도 변화를 보이고 있다.

올브라이트장관의 발언이 사임을 직접 촉구한 것인지 여부에 대한 논란에 관계없이 이제 미국은 수하르토에 대한 지지를 부담으로 느끼고 있으며 그래서 사임촉구로 해석될 수도 있는발언들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이같은 태도 변화가 수하르토나 인도네시아 정국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지는 미지수이지만 일단 수하르토에게는 어느정도 압력으로 작용하고 개혁세력에게는 지원으로 작용할 것이 뻔하다.

수하르토 대통령은 20일 학생과 시민들의 대규모 반정부시위를 군경을 동원한 원천봉쇄로무산시키는데는 성공했으나 내부에서 집권 골카르당과 의회가 조만간 사임하지 않으면 탄핵절차를 밟겠다고 최후통첩을 함으로써 일반의 예상보다는 급속도로 정치적 고립상태로 옮겨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카르타의 국회 의사당 건물을 점거, 수하르토 대통령이 물러날 때까지 농성을 다짐하고있는 학생 1만2천여명이 3일째 철야를 하고 있는 것도 인도네시아 정국 변화의 불씨로 남아있으며 하르모코 국회의장이 이날 오전 수하르토 대통령에게 오는 22일까지 사임하지 않으면 탄핵절차를 밟겠다고 최후통첩을 보낸 것은 거의 치명타나 다름없다.

그는 수하르토에게 만일 22일까지 회답이 없으면 의회 지도부가 국민협의회(MPR)비상회의를 소집할 것이라고 밝혀 22일을 전후해 수하르토가 사임할 가능성에 대한 주장도 제기되고있다.

집권 골카르당마저도 그의 사임을 촉구함으로써 이제 수하르토가 믿는 것은 군부와 일부 측근들 뿐이다.

그러나 이제 미국의 지지를 잃고 자신을 따르던 정치세력들이 사임을 촉구하는 상황에서 그가 취할 선택은 극히 제한돼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그 하나는 군부를 최대한으로 이용해 자신의 집권을 연장하는 것이다.

물론 이 경우에는 중국의 천안문사태와 같은 일대 유혈극이 벌어질 것도 배제할수 없지만이와같은 사태는 정치적인 부담이 크기 때문에 그가 이러한 선택을 할 가능성은 별로 크지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오히려 현재 자신의 정치세력을 잃은 상황에서는 위란토 통합군사령관같은 심복 군부에 실권을 넘겨주고 사임할 가능성이 더 높을 것이라는 견해가 현실성있게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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