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부실은행 일단 우량은행에 합병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금융구조조정의 밑그림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금융기관 부실채권정리방안을 통해 드러난 이 그림의 내용은 '부실은행은 합병 또는 영업양도, 제2금융권은폐쇄'로 요약된다.

또 정부는 우선 후발 시중은행과 지방은행간의 합병을 먼저 시행한 뒤 2단계로 이들 은행과선발시중은행과의 합병을 다시 추진, 최종적으로 3~4개의 초대형은행을 탄생시킨다는 복안이다. 정부가 구조조정에서 1,2금융권을 차별하기로 한 것은 은행을 폐쇄시킬 경우 치러야할 사회적 비용이 너무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은 21일 한국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회견에서 "오는 6월말에 끝나는 BIS비율 8% 미달은행에 대한 경영정상화계획 평가 결과 폐쇄가 불가피하다는 결론이 나올 경우 폐쇄할수도 있다"고 단서를 달면서도 "은행을 폐쇄할 경우 예금보장에 따른 재정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에 은행은 가급적 폐쇄하지 않을 방침"이라며 '은행불폐쇄' 입장을 분명히했다.

이에 따라 12개은행은 앞으로 우량은행에 합병되거나 영업을 양도하는 계약이전 방식으로구조조정이 추진될 것이 확실시된다.

정부는 이 과정에서 우량은행이 부실은행을 인수하면서 생긴 자산감소분에 대해서는 예금보험기금채권을 현물로 출자해 증자를 지원하고 흡수되는 부실은행에 대해서는 부채가 자산보다 많을 경우 주식을 전량 감자(減資)해 주주들에게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는 방침이다. 또 합병후 예금자들이 불안을 느껴 예금을 인출,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 사태가 생길경우 한국은행에서 이를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은행권에 대한 이같은 방식과는 달리 제2금융권에 대해서는 폐쇄까지 포함한 강력한 조치를취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이는 금융기관 예금대지급을 위해 정부가 발행하기로 한 9조원의 예금보험기금채권은 은행합병에 따른 일시적인 예금인출사태에 대비한 것도 있지만 주로 제2금융권의 폐쇄에 따른예금대지급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데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이와 관련 재경부 관계자는 "부실금융기관 정리때 정부가 예금을 대신 물어주기 위해 책정한 9조원은 주로 부실증권·보험·리스·금고·신협 등의 폐쇄에 대비한 것"이라고 말했다.정부는 폐쇄되는 금융기관의 예금을 지급하면서 해당 기관에 대한 철저한 실사를 단행, 경영진이나 주주들의 고의적인 부실경영 혐의가 드러나면 형사고발과 함께 구상권 행사도 단행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연내로 부실금융기관 선별작업을 마무리하기로 했다.그러나 수탁고가 큰 투신사는 폐쇄할 경우 은행폐쇄에 버금가는 충격과 혼란이 예상돼 투신사는 가급적 폐쇄하지 않는다는 계획이다.

〈鄭敬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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