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유아이피(UIP)의 '위험한 정사'를 필두로 미국 메이저영화사들의 한국 직배가 시작되자 영화인들은 한국 영화를 지키겠다는 '자존심'을 걸고 처절한 투쟁을 벌였다. 피켓 시위, 극장 폐쇄, 방화….
올해로 할리우드 직배 10년. 그러나 우리 영화계 소식은 우울하기만 하다. 10년전의 '자존심'은 온데간데 없고 극장마다 '돈'되는 미국 직배영화 유치 경쟁에 혈안이다. 업친데 덥친격으로 IMF사태까지 터져 할리우드 직배영화는 날개를 단듯 빠른 속도로 극장가를 점령해나가고 있다. 최근 1~2년새 영화수입을 주도해온 대기업들은 달러값이 폭등하자 외화수입을거의 포기한 상태. 자금난으로 한국영화 제작편수까지 급감, 지난 40년이래 최악의 수준인30여편에 불과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있는 극장가는 '한겨울'처럼 썰렁하다. 관객수가 지난해보다 절반이나줄었다는게 극장측의 설명. "지난 2~3개월간 수입으로 직원 월급을 준 극장이 전국에 하나도 없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IMF한파를 톡톡히 겪고 있는 셈이다.
외화도 어려운 판에 한국영화는 말할 필요도 없다. 상영관이 많은 일부 극장을 제외한 대다수 개봉관들은 스크린쿼터 상영일수(연간 1백46일)를 채울 한국영화를 제대로 잡지 못해 쩔쩔 매고 있는 실정. 새 영화가 없어 이미 소극장에서 상영됐고 비디오까지 나온 '서편제'나'편지'를 다시 내보내는 등 재개봉관의 처지로까지 전락했지만 하루 관객이 10명도 안되는날이 많았다고 하니 더이상 설명이 필요없을듯.
그러나 이같은 침체 분위기와 상관없이 잘 나가는 '독불장군'이 하나 있다. '타이타닉'. 단돈 만원이 아쉬운 시기에 미국에 '생돈'을 고스란히 안겨주는 직배영화라는 거센 비난에도불구, 관객들의 발길은 지칠줄 모르고 꼬리를 물고 있다. 대구에서만도 한꺼번에 6개관에서상영되고 있는 '타이타닉'은 지난 2월 20일 개봉이후 관객수가 이미 27만명을 넘어 지역 최고 흥행 기록을 세운지 오래다.
이대로 물러앉을수 없다는 영화인들의 자구노력은 필사적이다. 러닝개런티제, 국민주 공모제, 신인배우·스태프 기용 등 IMF시대에 맞는 '제작비 거품빼기'에 나서고 있는 것.영화의 흥행수익에 따라 배우 개런티를 후지불하는 '러닝개런티제'는 최근들어 영화가에서자주 쓰이는 경제전략. 오는 7월쯤 개봉될 예정인 강우석감독의 '생과부위자료소송'이 대표적인 예. 안성기 문성근 황신혜 심혜진 등 톱스타들이 9천만원의 개런티만 받고 개봉후 흥행실적에 따라 보너스를 받기로 했다.
태흥영화사는 한국영화 제작을 활성화하기 위해 '국민주 공모'라는 새 방식을 도입, 하이틴영화 '세븐틴'의 총제작비 12억~15억원중 20%를 일반인들의 투자를 통해 충당할 계획이다.정부가 한국영화 제작비 지원 등 각종 지원책을 내놓는 것이나, 대기업들이 외화 수입가 거품빼기에 나서는 것도 그나마 위안이 된다.
IMF한파로 온몸을 움츠리고 있는 한국 영화계. 아시아 외환위기로 가장 많은 영향을 받고있다고 외국 언론에 보도될 정도로 침체된 우리 영화가 기지개를 켜는 날은 언제일까.〈金英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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