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열린 중국 닫힌 중국-버림받은 아내

시부모를 봉양하지 않는 아내, 자식을 못낳는 아내, 음란한 아내, 남편의 축첩에 질투하는아내, 중병으로 시부모봉양과 제사를 모시지 못하는 아내, 말이 많아 일을 그르치거나 이간질하는 아내, 도둑질로 가문을 더럽힌 아내.

중국 봉건시대의 예교에 규정된 '치치(七棄)'-남편이 아내를 버릴 수 있는 일곱가지 규정이다. 과거의 중국에서는 '치치'의 일곱규정중 어느 한가지라도 해당되면 남편이 아내를 가문에서 영원히 내쫓을 수 있는 권리가 있었다. 바로 '슈치(休妻)'제도이다.

평소 아내를 눈엣가시처럼 미워하거나 싫어했던 남편들은 아내들의 흠만 찾다 마침내 일곱규정중 한가지를 찾아냈을때 한장의 간단한 '슈수(休書)'또는 '이런 이런 이유로 내쫓는다'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즉각 효력이 발생했다. 아내쪽은 한마디의 항의도, 거부도 허용되지않았다. 참으로 '아내버리기는 쉽고, 아내얻기는 어렵다(休妻容易 娶妻難)'는 중국의 옛말처럼 혼인하기보다 더 수월하게 아내를 내버릴 수가 있었던 것이다.

'치치'는 남자들이 싫증난 물건을 내버리듯 조강지처를 버리고 딴 여자를 취할 수 있는, 그러면서도 친지와 이웃의 비난을 피할 수 있는 공인된 이혼장치였다. 물론 형식적으로는 '치치'를 제멋대로 남용할 수 없게끔 하나의 견제장치가 있기는 했다. '싼뿌취(三不去)'라는 규정이었다.

비록 아내가 일곱가지 규정에 해당된다 하더라도 △시부모 상중일 경우(시부모를 봉양했던고마움을 잊어서는 안되기 때문), △가난했던 집안살림이 부유해졌을 경우(가난했던 시절 동고동락했던 아내를 부유해진후 버리면 파렴치한 행위였으므로), △친정가족이 아무도 없을경우(내쫓을 경우 거처할 곳이 없기 때문)엔 아내를 버려서는 안된다는 규정이었다. '슈치'와'싼뿌취'규정은 탕(唐)때의 경우 법제화되기까지 했지만 남녀의 신분이 하늘과 땅으로 나뉘어졌던 봉건시대에는 눈감고 아웅식 장치에 불과했다. ' 밥이 설익었다'느니 '발이 크다'느니 얼토당토않은 이유로 아내를 내쫓는 일이 다반사였다.

남편으로부터 버림받은 아내들의 삶은 어떠했을까. 나면서부터 가정이란 울타리안에서만 사는 것으로 길들여졌던 것이 당시 여자들의 삶이고 보면 필연 비참해질 수 밖에 없었다. 주변사람들로부터 업신여김받는 것은 물론 부모형제들로부터도 멸시당했다. '여자는 죽을때까지 한 남편만 섬겨야 한다(從一而終)'는 윤리에 따라 재혼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시대였다. 살기위해 막다른 길로 가거나 이도저도 여의치 않으면 절에 몸을 의탁하는 수 밖에 없었다. 옛날엔 남편으로부터 버림받았거나 자식없는 여자들이 모여 사는 절도 있었다고 한다.그처럼 인간대접을 못받았던 중국여자들이 현대에 들어와서는 중국정부의 적극적인 뒷받침으로 지위가 급상승, 남녀평등(일부 불평등요소가 남아있긴 하지만)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이제'슈치'는 옛이야기일 뿐이다. 지난 80년 이혼의 자유와 부부쌍방의 애정유무를 이혼의주요 요건으로 규정한 제2부 혼인법 공포 이후 이혼율이 급증하는 요즘 이혼신청자의70~80%가 여성이 되고 있는 사회현상을 두고 일각에서는 현대판 '슈푸(休夫:남편 버리기)'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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