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남녀 "뒤바뀐 멋내기"

신데렐라 콤플렉스는 여성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기혼남조차 '동네 아저씨'처럼 퍼지고 넉넉한 스타일을 기피하고 있으며 젊은 미혼남들은멋을 위해 손톱을 가꾸고 눈썹을 올리는 일도 불사하고 있다.

요일별로 액세서리를 걸치고 화장하는 남자가 늘고 있는 반면, 와일드한 구두를 신고 군복을 입은 터프한 여자들도 증가하고 있어 외견상 '남성의 여성화, 여성의 남성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얼핏 봐서는 남자인지 여자인지 분간하기 힘든 '중성성 젊은이'들이 거리를 지배하고 있다.지난 토요일 오후 동성로에서 마주친 젊은 남성들은 대부분 속옷을 입지않은 채 바로 티셔츠를 걸치고 은목걸이로 멋을 부렸다. 무스를 발라 머리칼을 빳빳하게 쳐들게 했거나 예쁜남자 안재욱처럼 앞머리를 축 늘어뜨린 이들의 속눈썹은 여자처럼 올라가 있다.대구시내 모 기업체 윤치영계장(30)은 유행에 민감해 세미캐주얼에 반부츠를 즐겨 신고 은목걸이를 자주 한다. 가끔 튀고 싶을때는 금목걸이도 한다.

"외모관리도 하나의 전략이죠. 비즈니스를 할때는 상대방에게 호감을 사야하고, 또 두번 세번 만날 시간적 여유가 없을 정도로 바쁜 세상이니만큼 첫 대면에서 좋은 점수를 따야 사업에서도 인생에서도 성공할 확률이 높죠"

젊은 남성 가운데는 무컬러 립크로스를 바르거나 눈썹을 올리며 색조화장까지 손을 댄다.휴일이면 나란히 누워 오이맛사지를 하는 새내기 부부들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주부 서동화씨(대구시 남구 대명6동)는 일주일에 한번꼴로 남편을 눕혀놓고 오이맛사지를해준다. "한번 만나 비즈니스가 결정되는 판에 피곤에 절은 모습, 꺼칠한 피부로 내보내면직장에서 살아남기 어렵잖아요"

서씨는 인품까지 전달할 여유를 주지 않는 현대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깔끔하게 준비된 외모관리가 중요하다고 전한다.

미용전문가 고경자씨는 "쫄바지에 쫄티를 입고, 마스카라에 콤팩트를 두드리는 예쁜 남자들을 심심찮게 만나며 예비신랑 가운데 귀뚫은 사람도 많다"고 들려줘 신데렐라 콤플렉스에빠진 남성들이 적지않음을 대변했다.

예쁜 남자들이 거리를 활개치는 반면 남자구두에 군복바지를 차려입는 터프한 여성들이 거리를 활보, 아마조네스 여전사들이 돌아온 양 착각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예쁜 아담들이 찾고 있는 결혼 상대자는 뜻밖에도 신데렐라형이 아닌 터프형 이브. 결혼미팅전문업체선우이벤트가 20~30대 미혼남녀를 대상으로 'IMF 시대의 배우자 필수조건'을 설문조사한결과 생활력이 배우자의 중요한 덕목으로 떠올랐고, 전문직 여성과 억척주부의 역할을 동시에 해내는 최진실형을 배우자감으로 손꼽았다.

경북도여성개발원 정덕희연구원은 "잘나야된다는 강박관념이 남성사회를 강하게 지배하고있다"면서 외모가 마음에 들지않으면 그 사람의 내면이야 어떻든 아예 다가설 생각조차 않는 풍조가 남성들의 외모 콤플렉스를 부추긴다며 보이는 것에 절대적인 가치척도를 두는 사회풍조가 지양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崔美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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