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사상최저 투표율

짧게는 16일, 길게는 몇달동안 이 나라를 휩쓸었던 지방선거가 막을 내렸다.

승자는 박수갈채 속에 파묻혀 축배를 터트리며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패자는 무대뒤로 물러섰다. 결과에 허탈해 하지만 지금 당장은 어쩔 수 없지 않느냐는 표정이다.

시민들은 어떤가. "왜 저 사람이 꽃다발을 받고 있지요?" 하는 듯 하다.

당선자를 지지한 이보다 그렇지 않은 이가 더 많은데 무슨 승리냐는 얘기다.

하긴 서울시장 당선자만 해도 득표율이 53.5%. 투표율이 46.9%였으니 유권자의 겨우 4분의1 지지로 된 '승자'인 셈이다. 마찬가지로 대구시장 당선자에 대한 득표율상 지지자는 34%,경북지사 당선자의 경우 46%라는 계산이 나온다.

과거 36%지지를 받은 대통령도 있었던 만큼 그리 놀랄만한 일은 아닌 듯 하다.정작 문제는 투표율이다. 찬반을 표시하기는 고사하고 그 자체를 포기, 거부한 층이 절반에가까웠다.

중앙선관위 설립이래 치러진 전국규모 선거사상 최악의 투표율이라는데 심각한 문제가 아닐수 없다.

이번 선거는 냉·온기류가 한꺼번에 뒤섞인 이상한 것이었다. 후보와 운동원들은 열대 기류를 헤맨 반면 일반 시민들은 냉기류속에 가라앉아 있었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우선 승리의 단맛에 취하는데, 또 패배의 쓴맛을 씻어 버리는데 급급하고 있다.

상대당 의원을 끌어 들여야 된다는 등 지도체제를 개편하자는 등 한껏 부산하지만 토대가허물어지는 것은 외면하고 있다.

투표율 최악의 사태에 대한 책임은 정치권에 있다.

투표율이 낮을수록 표를 갈라먹기 쉬우니까 좋다는 입장이 아니라면 정치권은 솔직한 사과와 진지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 대책의 첫째가 제대로 된 정치를 하겠다는 다짐이어야함은 물론이다.

유권자들도 자랑할 것은 못된다. 그렇다고 기왕 안한 투표, 이제와서 어떻게 하랴.지금부터라도 정치권과 특히 당선된 이들을 잘 지켜봐야 한다.

그리고 다음 선거에선 꼭 한표를 행사해야 한다.

혹시나 또 투표율 최저기록 갱신같은 문제가 다음 선거에서 관심사로 부각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李相勳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