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에 나온 미국영화 선셋대로(Sunset Boulevard) 는 시나리오 작가를 지망하는 조우길리스(윌리엄 홀든 분)가 무성영화시대의 대스타인 노마 데스몬드(글로리아 스완슨 분)의영화복귀 야심을 이용하려다 노마에게 피살되고 만다는 내용의 흑백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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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막바지에서 살인사건 소식을 듣고 달려온 경찰 수사진및 보도진들에게 노마의 전남편이자 감독인 맥스(에릭 스토로하임 분)가 사건현장을 영화무대로 여기고 호령하는 장면은 비정상적이면서도 우스꽝스럽기 그지 없다.
또 살인을 저지르고도 왕년의 스타시절로 되돌아가기를 몸부림치며 꿈꾸는 노마의 허황된절규는 이 영화의 압권이다. 오, 예스. 나는 행복합니다. 또 다른 장면은 찍지 않습니까빌리 와일더가 감독한 선셋대로는 대저택의 수영장에 한 젊은이의 피살체가 고개를 아래로처박고 떠있는 충격적인 장면으로 시작된다. 숨진채 발견된 이 젊은이는 시나리오 작가를지망하는 조우 길리스이고 조우를 권총으로 쏘아 숨지게 한 살인자는 노마 데스몬드이다.영화에서 조우는 저세상으로 떠났지만 살인사건의 전말을 얘기하는 화자(話者)역할을 한다.조우는 숨지기 6개월전 빌린 돈을 갚지못해 차량을 압류당할 신세가 된다. 그러나 직업상차량없이 생활할 수 없는 조우는 차량을 압류하려는 재정회사 청년들의 추격을 받고 도망치다 차량의 타이어가 펑크나는 바람에 선셋대로 주변의 한 저택으로 도피한다. 여기서 그는왕년의 스타인 50세의 노마와 그녀의 전 남편이나 현 감독인 맥스를 만난다. 지난날의 스타시절로 되돌아가려는 노마는 자신을 위한 시나리오를 쓰며 함께 일하자며 조우를 꼬이게 되고 조우는 그 꾐을 떨치지 못한다. 노마와 가까와진 조우는 그러나 그의 작업을 돕던 베티쉬에퍼(낸시 올슨 분)와 사랑에 빠져 탐욕의 노마를 자극하게 되고 같이 있어 달라 는 노마의 애원을 뿌리치고 저택을 나서다 피살되고 만다. 할리우드의 이면을 그린 작품으로19950년도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남녀주연상, 음악상등을 휩쓸었다.
할리우드의 전성기가 시작된것은 1920년대. 광활한 대지, 비가 자주 내리지 않는 이 지역 특유의 기후탓으로 영화제작자들이 할리우드로 몰려들어 연간 7백편의 영화가 제작되었다. 그러나 할리우드는 60~70년대 들어 TV의 위력에 눌려 다소 빛을 잃는듯 했지만 최근 다시상승세로 돌아섰다.
할리우드는 이제 더이상 고유명사가 아니며 세계를 지배하는 미국 영화의 대명사가 됐다.뮤지컬이나 코미디, 스릴러, 서부극, 모험극, 애니메이션, 공포영화, SF등 우리주변의 대부분영화들이 할리우드에서 탄생했다.
영화이름과도 같은 선셋대로는 할리우드 대로와 함께 할리우드의 중심가이다. 지금은 영화에서처럼 황량하고 스산한 거리의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다. 거리를 따라 호텔이나 레스토랑등이 들어서 호화찬란하게 장식돼있어 영화가 나온지 반세기만의 시대차를 실감케 한다.해가 저물면 나이트 클럽이나 디스코 테크, 라이브 하우스 등의 네온이 번쩍이고 젊은이들이 어디선가 몰려들기 시작한다. 할리우드의 열기가 달아오르고 몇몇 야간업소에서는 거물급 음악가나 가수, 영화배우등을 만날 수 있다고 관광객들을 유인한다.
영화속의 낡아빠진 대저택은 화려하게 단장돼 떼지어 늘어서 있다. 저택마다 철통같은 보안시설을 갖추고 독자적인 보안체계에 의해 보호되고 있어 부자와 명사의 집결지임을 금방 알수 있다. 호화저택들이 몰려있는 선셋대로 인근 비버리 힐스 는 부와 명성의 상징이 된지오래다. 거리곳곳에는 유명인들의 집 위치가 표시된 스타지도를 팔고 있다. 지도에는 마이클더글러스, 더스틴 호프만, 엘리자베스 테일러, 탐 존스,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그레고리 펙,프랭크 시나트라등 대스타 1백여명의 집 주소가 빼곡이 실려있다.
할리우드 대로와 할리우드 애비뉴가 만나는 곳의 보도에서는 또 하나의 할리우드 심벌을 볼수 있다. 그것은 다름아닌 영광의 보도 다. 별 모양의 돌에 스타들의 이름을 새겼다. 찰스브론슨, 엘튼 존, 마이클 잭슨등 영화와 음악, 텔레비전, 연극등 각 분야의 스타와 스태프들의 이름이 선명하게 드러나있다. 할리우드가 기울었던 1950년대 현지 상점주인들이 십시일반으로 자금을 모아 만들기 시작했다니 단순한 아이디어 하나로 훌륭한 볼거리를 이뤄낸 기지가 놀라울 뿐이다.
할리우드 대로는 영화속의 주인공이 되고 싶어하는 영화지망생과 열렬한 영화팬, 할리우드의 옛 분위기에 젖어 보려는 이들로 초만원을 이뤄 발길을 옮기기가 어려울 정도다. 도로변에 늘어선 극장이나 영화관, 가상 스튜디오등이 몰려든 인파로 북적거리고 영화관련 책이나배우 사진, 진기한 포스터 등을 파는 전문점들도 덩달아 짭찔한 수입을 올린다.할리우드의 심벌은 하늘을 향해서도 만들어 놓았다. 할리우드 북쪽의 완만한 산비탈에HOLLYWOOD 라고 쓴 간판은 LA국제공항에 도착하기 직전에 빤히 보이도록 돼있다.1923년에 만들어진 이 간판의 문자하나 높이는 13.7m나 된다. 스타의 꿈을 이루지 못한 신인 여배우가 H 글자위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다는 슬픈 이야기도 전해온다. 할리우드를 가득 메운 인파들은 선셋대로 에서 노마를 사로잡아 조우를 죽음에 이르게 한 할리우드의마력 에 휩쓸린 사람들처럼 보였다. 〈할리우드· 최문갑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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