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국축구 왜 무너졌나

한국축구의 숙원 '월드컵 첫 승과 16강의 꿈'이 허무하게 날아갔다.

멕시코전에 이어 네덜란드에 참패한 월드컵대표팀의 실패는 무모한 전술과 비상식적인 용병에서 비롯됐다.

한국팀의 주공격 루트는 측면돌파에 이은 문전센터링으로 골을 기대하는 방식이다. 이 전술은 상대적으로 단신이고 발이 느린 아시아권 국가와의 경기에서는 위력을 발휘했지만 힘과개인기가 앞선 유럽이나 미주권 국가에는 통하지 않아 번번이 힘든 경기를 펼쳤다.공격의 다양성을 기르지 못해 이번 월드컵 1,2차전에서 보듯 측면공격이 차단당할 경우 경기의 흐름을 잃는 맹점을 되풀이 했다.

수비의 허점은 이번 월드컵팀이 대량실점한 직접적 요인이다. 대회를 2개월앞두고 차감독이갑자기 들고 나온 '스리백 시스템'은 좌우 수비수에게 초점을 맞추고 스토퍼인 홍명보가 공격과 수비를 자유롭게 넘나들도록 한 전술이다.

그러나 대인마크에 중점을 두다보니 뒤에서 돌아들어오는 공격수를 놓쳐 중앙이 뚫리면 쉽게 슈팅기회를 내주는 약점을 드러냈다.

유상철과 이민성은 스위퍼와 윙백을 오가느라 어느 포지션에서도 제 역할을 하지 못했고 공격수들이 상당시간을 수비하는데 허비해 공격찬스때는 제대로 뛰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차범근 감독의 용병술도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멕시코와의 1차전에서 한국 최고의 스트라이커 최용수를 벤치에 앉히며 김도훈을 주전 스트라이커로 기용하고 부상중인 최성용을 무리하게 출전시켰다.

특히 컨디션난조로 부진하던 이상윤은 그대로 둔채 빼어난 활약을 보인 노정윤을 빼고 서정원을 뒤늦게 교체투입하는 등 비상식적인 용병을 고집했다.

차감독은 멕시코전후 자청한 기자회견에서 선수들의 인격을 깎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고 최용수의 기용여부와 관련, 선수와 자존심싸움을 벌이는 듯한 인상을 풍겨 팀내 불화설까지증폭시켰다.

네덜란드와의 2차전에서도 부진한 이상윤을 끝까지 뛰게 했고 고졸 새내기 이동국을 전격기용하면서 경기를 포기하는 듯했다.

나눠먹기식이 아닌 능력있는 지도자의 발탁, 투명한 선수선발 그리고 협회기술위원회의 감독보좌 및 견제기능 정상화를 통한 체계적 대표팀관리가 이뤄져야만 한국축구가 치욕을 씻고 다시 태어날 수 있다.

〈李春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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